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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지출 강남구가 강북구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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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1)양은 학교가 끝난 뒤 매일 영어와 수학·플루트·미술학원에 다닌다. 올해 초등생이 된 동생(7)도 영어와 수학·축구·피아노·미술 교습을 받는다. 남매의 월 학원비는 약 200만원이다.

반면 강북구의 초등 4년생인 이모(10)군이 다니는 학원은 태권도장(월 9만원)이 고작이다. 영어와 수학은 비용이 싼 ‘방과후 학교’(과목당 5만~6만원)로 보충한다. 동생 역시 ‘방과후 학교’에서 점토를 배우는 게 전부다. 김양 남매의 학원비가 이군 남매보다 5배나 많다.

서울시내 구청별로 사교육 격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영아(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0년 서울 사교육비(학교 밖 교육활동) 실태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6~7월 시내 25개 구의 초·중·고생 학부모 2만579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교육청의 구별 사교육 실태 조사는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양천구와 강남·서초·송파구에선 초·중·고생 10명 중 9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 사교육 참여율은 양천구(88.9%)가 가장 높았고, 서초·강남·송파구 순이었다.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강남구가 50만2000원으로 최고였다. 반면 강북구는 사교육 참여율(59.1%)과 월 평균 사교육비(15만5000원)에서 모두 최하위였다. 금천·성동·중구도 하위권이었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방과후 학교’ 참여비율은 종로·강북·마포구 등이 50%가량인 반면 양천구와 강남구는 각각 29.5%와 39.8%에 그쳤다. 또 교과부가 시행한 ‘사교육 없는 학교’도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없는 학교’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81.6%)과 월 사교육비(37만3000원)가 전체 평균(참여율 77.1%, 사교육비 30만7000원)보다 높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강남지역 학교들을 지정한 탓에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유형별로는 특목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90.4%)이 일반고(72.7%)보다 크게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향후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비해 사교육을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30.2%가 ‘그렇다’고 답했다. 박영아 의원은 “방과후 학교 참여율이 높은 강북지역 위주로 지원을 확대하는 등 교육 편차 해소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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