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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과테말라 생체실험 사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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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이 60여 년 전 과테말라에서 죄수들과 정신병자들을 상대로 성병 관련 생체실험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로 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과테말라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과테말라 생체실험은 1946~1948년 미 공중보건국 주도로 진행됐다. 실험 대상은 과테말라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과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 1600여 명. 미국은 이들 중 696명에게는 매독균을, 772명에게는 임질균을 감염시켰다. 다른 142명은 초기 매독균에 노출됐다. 일부러 균이 든 주사를 놓거나, 또는 성병에 감염된 매춘부와 성관계를 맺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갓 나온 페니실린이 성병에도 효용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게 실험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매사추세츠주 웰즐리 칼리지의 수전 레버비 교수가 미국에서 1960년대 실시됐던 ‘터스키기 실험’을 추적하던 과정에서 밝혀졌다. 터스키기 실험은 1932~1972년까지 40년 동안 미국 앨라배마주 터스키기 지역에서 흑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매독 생체실험을 말한다. 미 공중보건국에 의해 진행된 이 실험은 치료하지 않은 매독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당시 흑인들은 자신의 병을 치료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건당국은 나타나는 증상을 관찰만 했다. 1973년 이 같은 끔찍한 사실이 폭로되자 실험은 중단됐다.

과테말라 생체 실험은 터스키기 실험을 주도했던 공중보건국의 존 커틀러 박사의 책임 아래 실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알바로 코롬 과테말라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것은 분명히 충격적이며, 비극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미국은 이번 사건의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장관도 이날 공동 성명을 발표해 “ 우리는 이런 부끄러운 연구가 공공보건의 이름 아래 일어날 수 있었다는 데 대해 분노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두 장관은 “당시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 착수와 국제 전문가 그룹에 의한 재검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과테말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건으로 우리는 그 같은 행동을 명백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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