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 어린이 정보화교육 도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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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모든 아이에게 각각 하나씩 노트북 컴퓨터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 ‘원 랩톱 퍼 차일드(OLPC·One Laptop Per Child)’의 아시아 본부를 한국에 설립하고 싶습니다.”

OLPC의 로드리고 아르볼레다 할라비(사진)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OLPC 사업을 아시아에서 펼쳐나가기 위해선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LPC는 글로벌 비영리재단으로, 저개발국 등의 세 살 이상 어린이 10억 명 모두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하나씩 나눠주는 걸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연구소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2005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100달러짜리 보급용 노트북 컴퓨터(랩톱) 지원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설립됐다. 지금까지 160만 대를 40여 개국 어린이들에게 전달했다. 40만 대는 현재 운송 중이다. OLPC는 아시아 본부를 설치해 아시아 지역의 저개발국이나 한국의 소외아동, 북한 어린이들에게 저가형 PC를 나눠주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폐허를 딛고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은 전 세계 저개발국들의 역할 모델입니다. 또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을 해줄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OLPC는 지금까지 남미·아프리카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남미 우루과이와 아프리카 르완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루과이에선 5~12세 어린이 모두에게 보급용 PC를 나눠줬다. 14년 전 내전으로 나라 전체가 폐허로 변한 르완다는 어린이들이 PC를 갖게 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배가 고파서 학교를 빼먹던 아이들이 PC 때문에 학교에 오고, 글을 배워 부모님에게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너무 좋아서 밤새 이 PC를 꼭 안고 잤다는 아이들의 편지를 받을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할리비 대표는 마을에 학교 하나를 세워주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PC를 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 부의 축적은 지식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마을이나 교실, 가족 단위로 한 대씩의 PC를 주는 것으론 부족하며 아이들이 각자 자기 소유의 PC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아무런 간섭 없이 맘대로 갖고 놀면서 인터넷을 통해 지식을 얻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할라비 대표는 “OLPC의 PC는 저개발국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특별 제작된다”고 설명했다. XO라는 이름의 이 PC는 기존의 상업용 PC보다 훨씬 가볍고, 튼튼하다. 나쁜 게임이나 음란물은 볼 수 없도록 돼 있고, 분실이나 도난 시엔 원격으로 작동을 중지할 수 있다. 몰래 내다 파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전력 사정이 나쁜 저개발국의 환경을 고려해 전력 소모량은 기존 PC의 10분의1 수준이다. 통신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PC 스스로 중계기(AP) 역할을 한다. 이 PC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는 MIT 미디어연구소를 중심으로 전 세계 5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개발한다. 할라비 대표는 “ PC를 통해 배우는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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