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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 카리스마의 원천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요즈음 사람 몇만 모인 곳에 가면 박칼린(43·사진)이 화제다. 불과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박칼린은 일반인에게 낯선 이름이었다.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뮤지컬로 꼽히는 ‘명성황후’의 음악감독이었다고 얘기하면 “나도 그 뮤지컬은 봤는데…” 하는 정도였다.

일반 대중이 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7월 초다. 그는 이때부터 지난주 방송이 마무리된 KBS-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오디션을 거쳐 합창단원을 뽑았다. 지원자는 가수, 뮤지컬 배우, 개그맨, 일반인이 뒤섞여 있었다. 박씨는 지원자 노래를 들어가며 그때 그때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웃거나 무표정이거나 하다가 칭찬이라도 하면 그것은 곧바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

이렇게 뽑은 33명의 합창단원을 하나로 묶어 나가는 모습은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단원들과 얘기할 때는 빨아들일 듯한 눈길을 보낸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따라하라”고 외칠 때는 이종격투기 선수도, 개그맨도, 가수도 고분고분해진다. 박칼린은 생판 몰랐던 33명의 오합지졸을 제대로 된 병사로 훈련시켜나간다. 프로그램의 당초 취지는 이경규·김국진·김태원·이윤석·김성민·윤형빈 등 기존 출연진의 합창 도전기였지만 박칼린과 단원 속에서 그들은 왜소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고된 훈련을 마무리하는 거제합창대회는 단원과 시청자에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 ‘미션’의 삽입곡에 가사를 붙인 ‘넬라 판타지아’와 ‘만화영화 주제가 메들리’를 부른 뒤 그들은 서로 안고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시청자가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26일 방영한 합창대회의 시청률은 31.4%에 달했다.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한 것은 합창단원이 고생해 가며 소리를 만들가는 재미와 박칼린이 품어내는 매력 때문이다. 특히 박칼린의 인기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200여 곳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그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시원스러운 외모도 있지만 그가 보여준 강력한 리더의 자질에 있다.

그 첫 번째는 신뢰다. 합창대회에서 무대에 오르면서 단원들은 긴장을 떨치지 못한다. 표정이 굳는 건 기본, 손을 떠는 사람도 여럿 있다. 어디선가 “선생님이 빨리 나와야지…”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앞에 서면 비로소 단원들의 떨리던 손과 굳은 마음이 풀렸다. 보기만 해도 믿음이 생기는 지휘자를 따르지 않은 단원은 없을 것이다.

그는 단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힘을 보여줬다. 박칼린은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합창 소리가 나오자 이런 말을 한다. “비로소 하나가 됐다. 이게 우리 목표다. 그 목표를 이룬 거다. 하나가 됐기 때문에 거제도에 안 나가도 된다.” 방송 자체가 정한 합창대회 참여라는 목적이 있지만 박칼린은 스스로 비전을 정하고 실천해 나간 것이다.

그는 수시로 단원들에게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따뜻함을 갖고 있다. 합창대회가 끝난 뒤 이종격투기 선수 서두원은 펑펑 눈물을 쏟았다. “노래하는 것이 꿈이었다. 평생 한번도 못해보고 죽을 수 있었는데 꿈을 이뤘다”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박칼린은 서씨에게 “왜 우느냐”면서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서씨가 꿈을 이룬 것을 자기 일처럼 기뻐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강한 에너지의 원천은 남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전문적인 음악적 자질에 있다. 33명이 동시에 노래를 하면 누가 무엇을 잘못하는지를 꼬집어낸다. 그들 가운데 누가 무엇을 잘못하는지 꼭 집어내 호통을 친다. 만화 주제가를 메들리로 묶는 솜씨도 단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단원 가운데는 성악 전공자나 현재 가수로 활동 중인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을 장악하고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박칼린이 그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와 비전, 함께 울고 웃어주는 따뜻함을 갖춘 리더. 전문적인 실력을 갖추고 믿고 따르면 반드시 비전을 실현시키는 지도자.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인 동시에, 박칼린에게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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