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정위, 경쟁 촉진하는 제 역할 다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을 정면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전경련은 보고서에서 "공정위가 순수한 경쟁촉진기구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제기로서 의미심장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촉진이라는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기업 규제의 선봉 역할에 더 치중해온 게 사실이다. 특히 이 정부가 들어선 뒤 공정위는 이른바 '시장개혁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관철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 공정위가 주장하는 시장개혁이란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시스템을 개선하자는 것으로, 실은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주된 내용이다.

우리는 우선 정부가 기업의 바람직한 소유구조나 경영방식을 규정하고, 이를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 이는 주주와 투자자, 기업이 해결할 문제이지 정부가 나서서 간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재벌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소유지배구조나 부채비율, 출자행태에 관한 규제는 공정위가 아니라 금융감독위원회가 관장하는 것이 옳다.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은 경쟁촉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력 집중 문제를 공정거래기구가 담당하는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또 한 가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은 공정위의 운영방식에 관한 것이다. 공정위가 일반적인 정부부처가 아닌 독립행정위원회의 형식을 취한 것은 행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활동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통화위원회가 별도기구로 독립성이 보장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고 해서 부처의 장관인 것은 아니다. 위원회는 합의제 기구로서의 설립취지에 맞게 위원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정부혁신위원회는 차제에 공정위의 업무분장과 운영방식을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