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업적 없으니까 김일성 빼닮게 꾸몄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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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지난달 28일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본격 부상됐다. 이틀 뒤인 30일엔 김정은의 모습이 전격 공개됐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체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중앙SUNDAY는 2일 평양과 변경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 3명과 휴대전화를 통해 이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이들은 북한 주민 대부분이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TV 등으로 김정은의 후계 확정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그보다는 체념이 더 짙게 묻어났다. 특히 김정은의 얼굴이 고 김일성 주석을 빼닮은 것과 관련, “꾸몄기(성형) 때문”이란 얘기가 나왔다. “김정은이 업적이 없으니까 김일성 업적에 비기면서 그러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또 향후 남한과의 관계는 더 멀어지고 과격한 대남 정책이 나올 것이란 걱정들도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와 매제 장성택이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부상한 데 대해선 “친척이니까 김정은의 뒤를 봐주기 위해 그 자리에 올려놨다는 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취재에 응한 한 주민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기대 같은 것은 없다”며 “김경희가 대장동지 칭호를 받으니까 우리도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중앙SUNDAY는 천안함 사건 때와 당 대표자회 직전에도 휴대전화와 위성전화 취재를 통해 평양 내부 인사들과의 통화를 소개해 왔다. 전화 취재는 미리 시간 약속을 하면 북한 주민이 통화에 적합한 지역으로 이동해 통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위험하고 쉽지 않은 작업이다. 통화는 모두 사전에 예약이 돼야 하며, 이번의 경우에도 일주일 전부터 예약해 통화가 성사됐다. 북한 주민과의 통화는 서울에 와있는 탈북자들의 중개와 도움을 받았다. 다만 통화 상대방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사는 3명의 주민들을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다음은 북한 주민과의 통화 내용 요약.

◆최성태(45·변경지역 거주)씨
-김경희는 군대도 안 갔는데 대장을 준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전부터 뜬소문이라도 (김경희가) 군 복무를 했다고 했으니깐 그런가 보다 생각하지 어떻게 하겠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깐 그렇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다(웃음). 어느 날 갑자기 대장이라고 하니깐 그저 뭐라고 할 수 없다.”

-앞으로 생활이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 같은 건 없나.
“기대 같은 건 없다. 아~ 정말 더 바쁘다. (지난해) 화폐교환(개혁)한 다음부터 모든 게 다 이전보다 살기 힘들다. 모든 게 바뀌었으니까 완전 더 힘들다. 그래도 우리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지, 뭐 어쩌겠는가.”

-김정은과 고모(김경희)가 대장이 됐다는데.
“야~, 소식도 빠르다. 우린 다 알지 않고. 이번에 다 보도(뉴스)로 나왔는데…. 작년부턴가 ‘발걸음’ 노래도 보급하고 우리도 다 알고 있었다. 어느 놀음장에 가도 ‘발걸음’ 노래부터 부르라 했다.”

-그러면 요새 감시가 더 강화되고 있나.
“우리는 뭐 살기가 바쁘니깐, 누가 뭐가 되든지 거의 관심 없다. 위에서 누가 내세우면 내세우는가보다 하고 살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대장이 됐다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한다.”

-김정은이 실제 군대에 갔다 왔는가.
“소문으로는 강원도 5군단 아니면 9군단에서 군사 복무를 한 걸로 돼 있다. 근데 여기서 정확한 걸 누가 알겠나. 작년부터 김 대장 만세, 만세 했으니. 우리는 크게 신경 쓸 거 없다.”

-집안끼리 모든 걸 다 한다고, 거기에 대해 다른 말은 안 도나.
“말이야 없지. 또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요새 주민들은 오직 장마당(시장)에만 신경 쓰나.
“그렇다. 누가 되든 오직 살아가는 것이 힘드니까 장사라도 맘놓고 할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좋은 거다.”

-중국이나 제3국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더 많이 늘어나지 않는가.
“가려고 하는 사람이 알게 모르게 많다. 그러나 최근 통제가 더 심해지고 또 쩍하면 감옥에 보내니까 사람들이 많이 무서워하고 조심한다.”

◆김성탁씨
-김정은 후계 문제를 위에선 어떻게 설명하나.
“우리 부대에선 장군님(김정일 위원장) 후계자라고 얘기했다. 장군님 아들이 아니면 누가 하겠나.”

-장성택이 (권력승계) 하리라고 생각 안 하나. 김경희가 대장 된 건 어떻게 생각하나.
“아이 뭐, 장성택이 어떻게 하고…. 그런 생각은 안 한다. 김경희 동지가 대장 칭호를 받은 건 우리도 많이 놀랐다. 옛날에 군복 입은 사진을 봤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중장(별 2개)인가 상장(별 3개)인가 그랬다. 그런데 그거 가지고 생각하고 그럴 거 없다. 장군님 동생이니까.”

-지금 장성택으로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거 아닌가.
“그렇다. 장군님 매제니까 다른 이들보다 김정은 대장동지 받드는데, 그래도 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래도 친척이니까 좀 낫다고.”

-특별하게 군부에서는 다른 의견이 없나.
“의견은 있는데 말을 못한다. 혼자 생각은 다 하는데, 표현은 못한다.”

-이번에 인민생활 향상 같은 발표 내용은 없나.
“없다. ‘장군님 대에 김정은 대장 동지가 무조건 통일을 선물한다. 김정은 동지 식으로 통일을 하자’ 이런 게 많이 나올 거 같다.”

-김정은이 업적을 위해 서해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 이런 소리는 없었나.
“군함 하나 침몰됐죠? 실제 뭐 우리가 하긴 했을 것이다. 어쨌든 강연이라든가 선전자료에는 없고 윗사람들 말을 들어 봐도 비밀로 부치는지 말을 안 한다. 위에서는 말을 안 하고 김정은 대장동지가 단호하게 한다 뭐 이렇게는 하는데….”

-김정은이 군부에 관여하는 분위기로 들린다.
“아이구, (김정은이) 군부대 현지지도 많이 했다. 올라가서 만난 사람도 많다. 이제는 간부들한테 많이 노출됐다.”

◆박희주씨
-평양 중심구역에는 불(전기)이 잘 온다는데.
“대표자회의 맞으면서 중구역 같은데 대체적으로 보내주지. 다른 구역에는 시간별로 보내준다.”

-사람들은 (김정은 승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 주민들이 생각하는 실태는, 그 김정은이 딱 김일성 모상(얼굴)을 닮았다 한다. 이런 거를 다 꾸민 걸로 생각한다.”

-만들었다(성형했다)는 건가.
“그렇다. 저거, 어떻게 저렇게 똑같을 수가 있나, 만들지 않았나 이런 식이다.”

-김정은이 군대엔 갔나.
“군대 갔단 소리는 우린 못 들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왔다든지 그런 소리가 돌아가지, 군대 나갔단 소린 없다. 사람들이 앞에서 의견 부리게 되면 솔직히 말하면 뭐 잘 알지 않나. 금시 잡아가겠는데, 찍소리 못하고 어처구니없어도 감수하고 있다.”

-김경희까지 대장 되지 않았나.
“그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노릇인가. 여자가 대장이라는 게 여기 사람들도 믿질 않는다. 그건.”

-장성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장성택은 경제를 전문했다 이렇게 얘기하고, 그 측면으로 권력이 옮겨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근데 김정일이 살아있는 한 그런 다른 계층들이 일어선다는 건 다 개수작이라 생각한다.”

안성규 기자 askme@joongang.co.kr
이금룡 자유북한방송 본부장 hana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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