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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부담금, 공장이 트럭보다 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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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장 한곳에 물리는 대기 오염 기본 부담금이 트럭 한 대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전국 4만2625개 대기 오염 배출 업체에 부과된 대기 오염 물질 배출 기본부과금은 모두 54억원으로 업체당 평균 12만6686원꼴이었다. 대기 오염 기본부담금은 오염 물질을 배출 허용 기준 이하의 농도로 배출하더라도 배출량에 비례해 돈을 물리는 제도다. 배출 물질에 따라 먼지는 ㎏당 770원, 황산화물은 ㎏당 500원씩을 물린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부담금을 깎아주기 때문에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은 많지 않다. 배출 농도가 허용 기준의 50% 미만이면 부과금의 75%를 면제해주고 기준의 30% 미만이면 부과금 전액을 면제해주고 있다. 또 연간 오염 물질 배출량이 10t 미만인 4종 업체는 50%를 면제해주고 2t 미만인 5종 업체는 전액 면제다.

반면 서울시내를 주행하는 2.5t 트럭 한 대가 1년간 내는 부담금은 연간 16만원 정도다. 중.대형 트럭 한 대가 배출하는 먼지와 황산화물은 연간 0.03t가량이다. 1~4종 업체의 평균 배출량은 트럭의 200배가 넘는 6.7t에 달한다. 오염 물질 배출량이 훨씬 많은 기업이 부담금을 적게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적인 부담을 줘서 기업 스스로 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도록 하자는 부담금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과금 액수가 큰 대기업은 오염 방지 시설을 설치하거나 청정연료를 사용하겠지만, 한 달에 1만원꼴인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거액을 투자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환경부 대기관리과 관계자는 "업체들이 아주 낮은 농도로 배출하고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부과금이 낮아졌다"며 "오염 물질 추가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배출 허용 기준을 주기적으로 강화하고 부과 대상 오염 물질 종류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정책실 박경애 간사는 "시민들에게는 부과금을 엄정하게 물리고 기업에 대해서는 면제해주는 것은 특혜"라며 "현재의 부담금이 기업이 제출하는 자료에 근거해 결정되고 있는데 이를 검증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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