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원자력에도 한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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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방문해 고위 인사들과 세계 원자력발전 산업 동향과 장기전망을 논의하면서 ‘원전 르네상스’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OECD가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내놓은 ‘2010 블루맵 시나리오’를 보면 지구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전력 생산의 24%를 원자력이 담당해야 한다고 돼 있다.

다만 우려되는 건 원전이 효용성과 환경 측면에서 유용한 해결책인데도 불구하고 안전성 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가 원전 역사 30여 년 만에 원전 수출국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가. 원전 도입 계획이 있는 나라들도 우리처럼 극심한 사회적 저항과 갈등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원전을 수출할 때 수입국에 ‘국민수용’ 노하우를 함께 전파하는 것이 요긴하다. 갈고 닦은 원전 대국민 홍보 노하우와 국민수용도 제고 프로그램을 아울러 전수하면 원전수출 경쟁력 제고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원자력을 잘 이해하고 수용함으로써 원자력의 혜택을 제대로 향유하는 ‘원자력 문화’를 함께 전파하자는 것이다. 지난 7월 말 오스트리아 빈의 IAEA 본부에서 IAEA와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교환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민이해 및 수용성 증진 양해각서’는 그런 노력의 첫걸음이다.

이제 한국은 IAEA의 151개 회원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라를 상대로 적극적인 노하우 전수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원전도입 시장의 70%가 몰린 아시아 지역을 상대로 우리의 우수한 원전 기술과 홍보 노하우를 전파하게 됐다.

차제에 원전수출 분야에도 한류(韓流) 붐이 일어나도록 해 보면 어떨까.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원전을 짓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기본에 해당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전 수요자와 공급자 간 좁은 이해관계의 틀을 잠시 떨치고 50년 아니 100년 동안 지역사회와 국민들에게 환영받는 시설이 되도록 정신적 기반을 닦아줄 필요가 있다.

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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