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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 디지털로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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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첨단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광화문 현판. 고종 때 영건도감제조를 지낸 임태영의 글씨다.

그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 떼기 결정으로 논란을 빚어온 광화문 현판이 첨단기술을 동원한 옛 사진의 복원을 통해 한국전쟁으로 소실되기 전의 모습으로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15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916년 경의 광화문 정면사진(유리원판)을 디지털기술로 분석, 현판의 글씨와 테두리 문양 등 원래 모습을 복원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인 이번 사진 복원 작업은 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과 학예연구실이 이달 초부터 진행 중이다. 현재 현판 글자의 윤곽을 거의 확인할 수 있을 정도까지 진행돼 늦어도 3월안에 마무리 될 전망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경복궁영건일기(景福宮營建日記)'에 따르면 사진복원을 통해 판독된 광화문 현판의 글씨는 총융사.어영대장을 거쳐 고종 2년(1865년) 경복궁 중건 훈련대장 겸 영건도감제조를 지낸 임태영(任泰瑛)이 썼다.

복원에 동원된 광화문 사진은 광화문을 정면에서 찍은 것으로 광화문 오른쪽 입구 옆에 '조선총독부박물관(1915년 개관)'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는 점으로 미뤄 1916년 쯤 촬영된 것으로 문화재청은 보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1904년 발행된 '한국건축조사보고'의 광화문 사진이 2년 전 도쿄대 세키노 다다시(關野 貞)가 찍은 것으로 확인, 유리원판을 소장 중인 것으로 알려진 도쿄대에 협조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 사진은 1930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조선고적도보'에도 실려 있는 것으로 광화문관련 사진 가운데 전경이 가장 잘 나타나 있고 상태도 양호한 편이어서 디지털 분석을 통해 현판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문화재청은 기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들 사진에 대한 현판 복원 작업을 마치는 대로 지금까지 준비해온 각종 집자(集字)내용과 함께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광화문 현판을 복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판 교체가 경복궁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복원된 글씨가 채택될 것이 확실시 된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복원 사업의 일환이라며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재의 현판을 떼어내는 대신 갑인자(1434년 초주)를 비롯, 정조.한석봉.김정희.이퇴계 등의 글씨를 집자한 현판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한국전쟁 중 광화문과 함께 현판이 소실돼 원형을 찾지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정희 격하'시비와 맞물려 거센 정치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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