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치솟으니 다른 음식값도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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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9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최명희(49·서울 도봉구)씨는 최근 배추를 사려다 얼갈이배추와 부추를 구입했다.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사먹을 엄두를 내지 못한 탓이다. 최씨는 “마트에서 부추는 한 단에 1780원 정도여서 큰 부담 없이 구입했다”며 “한동안 배추 대신 다른 재료로 만든 김치를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추값 급등에 소비자와 음식점, 유통업체 모두가 울상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보쌈집은 ‘배추 등 밑반찬에 들어가는 채소 가격이 올라 메뉴별로 1000원씩 가격을 올린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서울 시내는 물론 아파트 밀집촌인 경기도 용인시 일대의 음식점들도 조만간 가격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배추 등 야채 값 상승이 가뜩이나 불안한 서민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박성철(38)씨는 “한 그릇에 6000원 하던 설렁탕이 최근 7000원으로 올랐다”며 “채소값이 다시 내린 다 해도 다시 음식값이 내려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비 패턴의 변화도 뚜렷하다. 배추 대신 값이 저렴하면서 김치를 담글 수 있는 부추와 얼갈이배추·열무 등의 판매량이 예년보다 10~20%씩 늘었다. 29일 신세계 이마트에서 부추(한 단)는 1780원, 얼갈이배추(한 단)는 3180원 선에 각각 팔린다. 배추는 포기당 1만1500원이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채소를 살 수 있어서다. 주부 이현정(29·서울 마포구)씨는 “크기가 다소 작긴 하지만 대형마트에선 1만원을 훌쩍 넘는 배추를 재래시장에선 한 포기에 8000~9000원이면 살 수 있어 요즘 시장에 자주 온다”고 말했다.

포장김치 업체들은 조만간 10% 정도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소규모 포장김치 업체 중 일부는 배추를 구하지 못해 폐업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며 “한동안은 필요한 채소의 50%도 확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배추값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마트 김형기 바이어(채소담당)는 “올해 김장철이 끝날 때까지 배추와 무 등 김장 채소류 값은 강세를 이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중장기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배추와 무 등 야채류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내년도 경영전략의 주요 의제로 잡았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사전계약을 통한 야채 확보량을 현재의 두세 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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