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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캠퍼스] 강의도 리포트도 영어로 … 유학 안 부러운 국제학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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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은(오른쪽)씨가 터키에서 온 귤사·두이구(가운데)와 한국외대 캠퍼스에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명헌 기자]

오전 7시.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다. 오늘도 5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팀 프로젝트 때문이다. 9시 조모임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부리나케 인터내셔널 카페로 향했다. 터키에서 유학 온 귤샤와 두이구가 손을 흔든다. “Here! hurry up.”

한국외대 국제학부 1학년생 임지은(20)씨의 하루 일과가 시작됐다. 신입생 30명 중 5명이 외국인인 국제학부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들과 한 조가 돼 조별 과제를 하는 일이 많다. 오늘 모임도 ‘문화의 이해’ 수업의 조별 과제를 위한 것이다. 임씨는 문화가 소비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비교해 발표하기로 했다. 한국어가 서툰 귤샤와 두이구는 영어를 섞어가며 말한다. 국제학부 학생들은 리포트와 시험답안까지 전부 영어로 작성해야 해 외국인 친구들이 도우미이자 선생님이다.

카페에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중국어, 터키어, 중동어로 한국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모두 임씨처럼 조별 과제를 수행하거나 그룹 스터디를 하고 있는 중이다. 임씨는 “수업이 100% 영어 강의인데다 토론 위주여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중국과 중동, 동유럽에서 온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캠퍼스가 ‘작은 UN’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외대 전체에는 1300여 명의 외국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어디에서든 외국인 한두명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2010년 현재 외국인 교수 비율은 31%, 원어 강의 비율은 35%에 달한다. 영어와 일본어 원서 정도가 고작이던 도서관에도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을 위해 중국어와 아랍어 등 외국어 전공서적이 늘어나고 있다. 2008년에는 영어전용 기숙사인 국제학사가 생겼고, 학생식당에는 유학생들을 위한 영어 메뉴판까지 준비돼 있다. 국제학사에서 생활하는 귤샤는 “한국인들 틈에 섞여 고생하지 않을까 염려도 했는데 세계 각국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내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해외 유학은 물론 교환학생 프로그램까지 마련, 학생들의 글로벌 캠퍼스 생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07년 도입한 ‘7+1’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7학기는 한국외대에서, 1학기는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홍보팀 이원재씨는 “이 제도로 매년 500~600명의 학생이 호주, 캐나다, 중국, 체코, 오스트리아 등에서 외국 경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수업을 개설하고 국제학사를 확충하는 등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혜택도 많다. 이씨는 “한국어 과정 등 잘 짜여진 학사일정과 체계적인 학생 관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인 학생들이 앞으로도 계속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4월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카자흐스탄에서 유학 온 케이트는 학기 초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같은 학과 친구인 임씨로부터 ISO(International Student Organization, 국제학생회) 버디 프로그램을 소개 받았다. 매 학기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을 파트너로 맺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언어와 문화교류는 물론 한 달에 한 번 필드 트립(Field Trip, 한국의 고궁과 문화유산 답사 여행)도 간다. 케이트는 “멘토인 한국 친구가 전공 수업 중 모르는 부분도 가르쳐주고 학교생활도 안내해줘 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학생들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내년에 ISO에 가입할 계획이라는 임씨는 먼저 활동하고 있는 선배의 이야기를 전했다. “외국인 학생들과 문화 행사를 준비하면서 외국어 실력이 향상되고 다양한 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어요. 생생한 유학정보도 얻을 수 있고요. 선배는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버디인 벨라루시아 친구 집에서 묵을 계획이래요.”

글=송보명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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