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세돌 결승 진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총보 (1~157)]
黑 . 이세돌 9단 白.구리 7단

1대 1로 팽팽한 가운데 이세돌9단과 구리(古力)7단이 결승 진출을 놓고 사투한 이 한판은 결승전 이상으로 관심을 모았다. 22세 동갑인 두 사람은 한.중 바둑의 미래 그 자체였다.

이창호9단에게 눌려 10년간 기를 펴보지 못한 중국은 '이창호만 없다면 그 다음은 중국이 최강이 된다'고 믿어왔다. 그중 랭킹 1위의 구리는 가장 믿음직스러운 존재였다.

한편 이세돌9단은 '이창호는 강하다. 그러나 나는 이창호를 넘고 싶다'고 인터뷰 때마다 다짐해 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세돌과 구리의 일전은 미래의 대권을 건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이 판은 승부의 저울추가 초반에 기울고 말았다. 구리는 "우승에 목마른 중국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는데 바로 이 같은 필승의 집념이 오히려 사고의 유연성을 잠식하는 덫이 되었다.

31로 맥을 짚었을 때가 문제의 장면이었다. '참고도1'처럼 젖히고 싶지만 흑2로 끼우면 환격에 걸려든다. 5로 따내도 6(▲의 곳)으로 되때려 백이 잡힌다. 그래서 구리는 실전의 32로 물러섰고 하변 백진은 유린당하고 말았다.

정답은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참고도1'처럼 걸려드는 것이었다. '참고도1'의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참고도2'의 백1이다. 다섯점을 내주고 한점을 되따낸 이 그림은 백의 하변이 철옹성과도 같다. 흑이 얻은 것은 의외로 보잘 것 없다. 그러나 구리는 '참고도1'까지만 생각하고 그 다음의 숨은 한 수를 보지 못했다.

이후 구리는 피나는 사투를 거듭했으나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이세돌9단의 완승국(137=112).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