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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청 출신 재취업자 44% ‘퇴직 다음 날 출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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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 관세청 고위 공무원(3급 이상)이던 A씨는 지난해 2월 퇴임한 다음 날 유관기관인 K사단법인 부원장으로 출근했다. 조달청 4급 공무원이던 B씨는 지난해 12월 퇴임한 날 곧바로 H주식회사의 고문으로 취임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조달청 퇴직 뒤 유관기업에 재취업한 이들 중 ‘퇴직 바로 다음 날’ 취업한 이는 44%에 달한다.

#2.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 출신 C씨는 지난해 3월 퇴임한 그 달에 H주식회사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회사는 C씨가 재정부에서 맡았던 복권 관련 업무와 직결되는 곳이었다. 같은 부처의 부이사관 D씨는 퇴임한 다음 달인 2008년 7월 소액서민금융재단 사무처장으로, E서기관은 퇴임한 달인 올 3월 금융 관련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정부·관세청·조달청 등 경제 분야 관료들이 퇴직 후 유관기관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오제세·전병헌(민주당) 의원은 28일 경제 부처(청 포함) 출신 퇴직 공무원들의 유관기업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퇴직한 재정부 공무원 23명 중 14명(60%)이 퇴직 후 곧바로 유관기관에 취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조달청의 2008~2010년 유관기관 재취업자 중 퇴직 후 1년 내 재취업이 98.6%(76명 중 75명)에 달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일로부터 2년 동안은 퇴직 전 3년 이내 맡았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심지어 이런 영리 사기업체와의 상호 협력 등을 위해 설립된 법인·단체에도 취업이 제한된다.

재정부는 해명 자료에서 “퇴직자 14명이 취업한 곳은 행정안전부가 고시하는 취업 제한 대상 기업체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오제세 의원실은 “재직하던 부처에서 했던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정보를 부당하게 얻거나 전 부처 후배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앤장, 전직 고위 관료 대거 영입”=국회 정무위 소속 유원일(창조한국당) 의원은 이날 “2007년부터 올 6월까지 7대 시중은행 법률자문 금액의 62%를 김앤장이 독식했다”며 “이는 재정부·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의 전직 고위 관료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이 유 의원에 제출한 ‘최근 4년간 로펌별 시중은행 법률자문 현황’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 등 7개 시중은행의 법률자문 총액(319억9700만원)의 62%(198억4700만원)를 김앤장이 수임했다. 자문 건수도 전체 2607건 중 56%인 1469건에 달했다. 2위인 세종은 117건, 23억5300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김앤장은 사모펀드가 대주주이거나 사모펀드에 매각된 적이 있는 외환·한국씨티·SC제일은행의 법률자문(1806건)으로 208억7700만원을 받았다.

유 의원은 2006년 4월 김앤장이 ‘금융팀’을 만들어 전 신용감독국장 등 금감원 핵심 인력들을 영입해 은행 법률자문을 싹쓸이했다고 주장했다. 또 “윤증현 재정부 장관, 한덕수 전 총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고문을 맡는 등 김앤장이 금융권 법률자문의 독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유 의원은 “현행법은 취업 제한 기업을 자본금 50억원 이상 기업체로 규정하고 있는데 로펌들은 자본금 규모를 50억원 미만으로 줄여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며 “매출액 규제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안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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