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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보유 선언, 군부 불만 작용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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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는 군부의 불만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군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긴급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6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리비아식 핵사찰'이 합의될 경우 군사시설 특별사찰이 불가피하다"면서 "군사시설 대외 공개를 북한 군부가 크게 반발해 회담 참여 중단이란 선택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탄두 제조 및 우라늄 농축시설은 국방위원회가 직접 통제하기 때문에 군사시설 내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구나 군부의 입김이 갈수록 세져 김 위원장이 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매년 발표하는 신년 공동사설에서 군을 앞세우는 '선군(先軍)정치'에 대한 언급 횟수를 해마다 늘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그간 신년사에서 선군정치 언급 횟수는 평균 10여회였는데 지난해엔 43회, 올해는 45회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군부의 의견을 수용, 핵보유 선언을 함으로써 입지를 강화한 뒤 협상에 나서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편 핵보유 선언 이후에도 대남 경제 교류에는 별다른 태도 변화가 없다고 통일부 측이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성명 발표 뒤 개성을 출입하는 인편이나 차량에 대해 통제가 강화되지 않았고 금강산 관광에도 별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설 연휴 뒤 개성공단 내 남한 기업 공장 신축 현장 등에 700~800명의 북한 근로자가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했다고 한다.

정부는 일단 경협사업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당국자는 "북한의 성명이 남한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정부는 경제 교류를 계속해 나가면서 후속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측이 지난달 요청한 비료 50만t 지원에는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료 지원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기는 하지만 남북 당국 간의 실무 대화는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남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면 비료를 주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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