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대표자회 44년 만에 오늘 개막 … 5대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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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열릴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와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김정일(68) 후계체제가 선보일지 여부다. 북한은 지난해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26)을 후계자로 내정했다. 주민들에게 ‘청년대장’으로 찬양케 하는 선전·선동 작업도 벌여왔다. 하지만 공식화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김정은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처음 드러내거나 노동당 내 공직을 받아 후계자임을 공표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정보원은 27일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 후계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이라며 “당 대표자회에서 얼마만큼 이 문제에 대해 진전시키고 공식화해 노출시킬 것이냐 하는 게 관건”이라고 보고했다.

당 대표자회를 김정은 띄우기 무대로 삼는다 해도 어느 수준에서 후계자 위상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32세인 1974년 2월 당 5기 8차 전원회의에서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일은 80년 10월 6차 당대회 때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원에 이름을 올리면서 공식 등극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회의에 참석한 전국의 대표자들을 김정은의 숭배자·찬양자로 만들어 각 지역으로 돌려보낼 경우 향후 김정은의 영향력은 공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 국가인 북한에서 절대적 지위를 갖는 노동당 내 권력 판도가 어떻게 짜일지도 관전 포인트다. 노동당은 6차 당 대회 이후 30년간 전당대회 성격인 당대회를 열지 못했다. 94년 7월 김일성 사망 이후 당 조직은 사망자와 소환·숙청 등 결원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최고 핵심 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김일성과 김일·오진우·김정일·이종옥 등 5명이었지만 지금은 김정일 혼자다. 14명을 선출한 정치국 위원도 3명뿐이고, 10명의 비서국 비서도 김기남(선전 담당)·전병호(군수공업) 등 몇 자리만 가동된다. 북한이 66년 2차 대회 이후 열리지 않던 임시 전당대회인 당대표자회를 개최한 것도 이를 바로잡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후견인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거취도 관심이다. 그는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해 김정일 체제의 2인자임을 과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노쇠해진 김정일이 ‘믿을 건 핏줄뿐’이란 인식이 강해지고 있어 여동생 김경희와 그의 남편 장성택에 대한 의존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혁명 원로’의 2세로 김정일의 신임이 두터운 최용해 황북도당 책임비서가 최근 해임되자 ‘노동당 중앙무대로의 진출을 위해 대기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 점도 흥미롭다. 전문 관료, 능력이 검증된 도당 대표들의 평양 진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제부문의 개혁·개방이나 핵·대남 문제와 관련한 변화된 노선을 공표할지에 대해서도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대표자회가 김정은을 제외한 노동당 주요 인사만을 단행하고 끝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제를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9월 상순 당대표자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아무런 설명 없이 미룬 이유가 드러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국정원은 27일 정보위 보고에서 “제일 큰 이유는 수해 복구 사업에 치중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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