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서 제주은행 정기검사할 때 신한·제주은 임원, 검사역에 접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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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신한금융지주의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제주은행 임원들이 제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기간에 금감원 검사역을 상대로 식사와 술 접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금감원에 따르면 제주은행 정기검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1일 신한은행 원우종 감사와 제주은행의 감사·부행장은 금감원 검사역 7명과 함께 제주의 한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는 금감원 국장 출신인 신한은행 원 감사가 후배인 금감원 검사반장에게 직접 요청해 마련됐다. 이들 중 원 감사와 제주은행 부행장, 금감원 직원 3명은 저녁식사 후 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양주 세트로 2차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감찰팀은 암행감찰을 통해 이런 접대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다. 금감원 내규에 따르면 직원들은 1인당 3만원을 넘는 향응이나 접대를 받는 것이 금지돼 있다. 특히 검사 기간에는 해당 금융회사 임직원과 식사를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감찰팀에 따르면 1차 저녁 비용으로 36만9000원, 2차에선 술값으로 18만원이 나왔으며 전액 제주은행이 결제했다. 1차 비용은 1인당 3만7000원, 2차는 3만7000원이 나와 내부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 금감원 감찰팀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반장에 ‘견책’, 2차에 합석한 검사역 2명엔 ‘주의’ 조치를 했다. 1차에만 참석한 검사역 4명에겐 금감원 감사 명의의 주의를 주고 이를 인사에 반영키로 했다.

익명을 원한 금감원 감찰팀 관계자는 “검사반장이 제주에 세미나 참석차 내려온 원 감사의 요청을 몇 차례 거절하다 저녁 제의에 응했다”며 “일반 검사역들은 어떤 자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갔다”고 설명했다.

제주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는 6월 28일~7월 16일 이뤄졌다. 금감원 김광식 공보국장은 “저녁 자리가 정기검사 초기에 있었고 공개된 자리였기 때문에 제주은행 측에서 선처를 부탁한 것은 없었다”며 “금감원 차원의 엄정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은행은 1969년 설립된 지방은행으로 2002년 5월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재 금감원은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신한은행에 개설된 라 회장의 차명계좌를 조사하고 있다. 또 오는 11월엔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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