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하버드케네디스쿨 학장이 본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하버드대학의 목표가 뭔지 아세요?
하버드케네디스쿨 데이비드 엘우드 학장이 입을 열었다. 베이징에서 열린 하버드 동창회 모임에서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 세상을 더욱 좋게 만들 인재를 양성하는 겁니다."
참석한 사람들의 얼굴에 자부심이 비쳤다. 말은 안했지만 모두들 얼굴에 '그럼 그렇지'하는 표정이었다. 이들 졸업생 중에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 유수대학 교수들도 있고, 국영은행 고위간부도 있으며, 연구소 책임자 등 쟁쟁한 인물들이 많다.
일개의 대학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마는,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한 이들은 자신감으로 가득 충전된 모습이었다.
질의응답이 되었다. 중미관계에 대한 걱정도 나왔고, 전세계에 걸친 에너지 확보 경쟁문제도 나왔다. 이들은 정말 세계의 굵직굵직한 문제를 '자기 문제'로 걱정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럴때 문득 색다른 코멘트가 나왔다. 맨 앞줄의 한 여자 졸업생이 조용하고 가만가만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하버드 졸업하고 나서 사회의 기득층이 되었다. 모두들 좋은 직장에 있고, 사회의 지도층도 많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사회에 봉사를 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그 정신을 간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 이런 모임도 결국 성공한 우리끼리 서로 명함 교환하는 모임아닌가?"
여기저기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나왔다. 중국식 교감의 표현이다. 미국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을 것이다.
이말에 데이비드 엘우드 학장은 오히려 기분좋은 표정이 되었다. "하버드가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다. 다 가르쳐 주는데 겸손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오늘 졸업생 질문을 들으니 안가르쳐 주는 것까지 다 배웠다. 과연 하버드생이다. 자랑스럽다."
누군가가 하버드교육의 장점은 치열한 '자기비판' (self-criticism)과 자기자정의 (self-correcting) 능력이라고 했다.
한국 외교부가 요즘 신문지상에 많이 오르고 있다. 한국 최고의 엘리트집단이다. 그런데 그들의 오랜 자기식구 '등긁어주기'의 관행이 곪아터진 사건이다. 하버드와 달리 자기자정능력이 없다면 과감한 외부수혈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써니리 =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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