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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 창업현장] 침구류 세탁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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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중소기업청과 서울소상공인지원센터가 올해 초 정리한 '2004년 일본 히트상품 히트업종 50선'에는 먼지 제어 사업, 침구 전문 세탁업, 주택 청소 사업도 포함돼 있다. 사업 내용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국내에도 선진형 서비스 산업인 청소업이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 가운데 비교적 소액의 창업비용으로 침구류 청소업이라는 새 업종을 '맨손'으로 창업한 두 사람을 만나봤다.

*** 알렉스 서대문점 김용한씨

서울 서대문에서 1년째 침구류 청소업을 하는 김용한(36)씨는 주기적으로 미용 팩을 한다. 머리도 단정하게 짧게 자르고 늘 깔끔한 양복을 입는다. 밤마다 아내를 상대로 대화하는 연습을 한다. 주 고객층인 30~40대 주부를 위해서다.

고교 때 공부를 잘했지만 가난 탓에 대학을 포기한 김씨는 직업훈련원을 마치고 공장에 취직했다가 뜻밖의 사고를 당했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가 기계에 끼여 손가락의 3분의 1이 잘려나갔다. 피가 뜨거웠던 23세의 청년은 한동안 좌절했다. 정신을 차린 김씨는 산업안전기사가 됐다. 영세기업을 상대로 시설을 점검하고 안전교육을 하며 10년을 일했지만 벌이는 시원찮았다. 김씨는 창업박람회에서 침구류 청소업체 알렉스를 접하고 "이거다"라며 무릎을 쳤다. 아이들이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더 관심이 많았다. 창업비용 1480만원과 홍보비 등 2000만원 정도를 대출받아 창업했다.

김씨는 침구류 청소가 새로운 사업인 만큼 홍보에 주력했다. 창업 1년이 지난 지금도 아침부터 인근 지하철역이나 아파트 입구에 나가 전단을 뿌린다. 하루 평균 두 집을 청소하는 김씨의 월 매출액은 400만원 정도. 차량유지비와 약간의 용돈을 제외한 대부분이 순수익이라고 한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김씨는 산후조리원.미장원.이비인후과.산부인과 등 자녀 건강과 웰빙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이 몰리는 곳을 집중 공략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하는 청소는 일반 청소와 달리 피부염이나 천식.비염을 일으키는 원흉인 '집먼지 진드기'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리니스 분당점 이재명씨

침대 청소업체 프리니스 분당점의 이재명(29)씨는 학사장교 전역을 앞두고 취직을 하느냐 창업하느냐를 놓고 고민하다 창업을 택했다. 제대하기 3개월 전부터 인터넷과 신문을 뒤졌다. 창업자금이 적고 영업력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침대청소업을 택했다. 이씨는 "환경을 중시하는 추세와 맞고, 침대가 널리 보급된 만큼 앞으로 수요가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2003년 10월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채 일을 시작했다.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영업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말도 붙이기 전에 쫓겨나기도 했고, 전단을 돌리다 경비원에게 제지당하곤 했다. 처음 6개월간 한 달에 150만원을 벌기도 어려웠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우선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고객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홍보 전단을 뿌렸다. 고객에게는 입소문을 염두에 두고 침대 밑까지 청소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이씨는 "철저한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가장 좋은 영업전략"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주간 정보지에 광고를 싣고 밤이면 집에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들어가 홍보를 했다. 카페 운영자를 통해 주문하면 할인해주는 방식도 도입했다. 그러자 네티즌의 주문이 밀려 들어왔다. 현재 전체 주문량의 40~50%가 인터넷으로 들어온다.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 등 건강과 위생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을 집중 공략했다.

FC창업코리아의 강병오 대표는 "인터넷을 통한 홍보 전략과 고객 만족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이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FC창업코리아에 따르면 이씨의 창업비용은 가맹비.기계구입비.물품비 등 1650만원. 월 평균 매출은 400만원 선으로 홍보비 30만원과 자동차 유지비 20만원을 뺀 350만원 정도가 순이익이라고 한다.

이씨는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분당 지역에만 비슷한 업체가 40군데나 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며 "일부 개인업자가 저가 공세를 하고 있어 고객들에게 우리 서비스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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