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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박세리, 김연아 … 이번엔 어린 딸들이 해냈다 코리아조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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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 여성문화엔 당당하고 전사와 같은 힘 있어

서울 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을 맡았던 이어령(본지 고문) 전 문화부 장관은 “당당하고 전사(戰士)적인 우리 고유의 여성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우리 여성의 강인함을 널뛰기와 그네라는 놀이문화에서 찾기도 했다. 그는 “그네를 타도 앉아서 타는 게 아니라 서서 탄다. 나무 끝 가지를 발로 차↗↘고 내려온다. 그런 파워와 생명력이 스포츠·예술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여성층과 젊은 층은 우리 역사에서 오랫동안 소외돼 있던 계층이다. 기회가 찾아오자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U-17팀은 여성과 젊은 층,두 계층의 교집합이다.

알파걸·수퍼우먼 … 고시·대학 진학도 우먼파워

그래서일까. 한국에선 요즘 알파걸·수퍼우먼 신드롬이 거세다. 국가고시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2008년의 경우 외무고시 합격자 중 65.7%가 여성이었다. 지난해에는 48.8%였다. 행정고시도 합격자 50% 안팎이 여성이다. 사시 합격자의 30%대가 여성이지만 사법연수원 성적을 보면 오히려 여성이 낫다는 평가가 많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성적이 워낙 좋아 서울 동서남북 신임 판사를 여성으로 채울 판”이라고 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남학생을 앞질렀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외국어고 입시에서도 여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학생 학부모 사이에서는 “남녀공학을 피해 진학해야 내신에 유리하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여전한 성차별 ‘유리천장’에 ‘쨍’ … 또 하나의 벽 깨

하지만 알파걸·수퍼우먼의 활약은 아직 제한적이다. 여성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유엔의 여성권한척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08개국 중 68위(2008년)에 그쳤다.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다.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과 정부투자기관, 산하기관 61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임원 중 여성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의미하는 ‘유리 천장’은 여전하다. 그러나 여자축구의 성공이 말해주듯 유리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울대 임번장(체육교육학) 명예교수는 “예전에는 여자들이 잘했다고 하면 시니컬한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젠 여자 선수가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인식·김효은·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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