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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보유 공식선언] 전봉근 평화협력원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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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핵 보유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북한 외무성의 성명은 북핵과 관련해 그동안 북한 측이 보여준 협상전술의 종합판이라 볼 수 있다. 막판까지 국면을 몰고 가는 벼랑 끝 전술은 물론 협상카드를 조각조각 내 가치를 올리려는 살라미(salami.살라미 소시지를 잘게 잘라 먹는 데서 유래) 전술 등이 어우러져 있다.

평화협력원(원장 전봉근)은 11일 외무성 성명 내용에 숨겨진 이 같은 북한의 협상전술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제시했다. 전봉근(사진) 원장은 우선 북한의 성명 배경에 대해 "북한이 아직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보이며 당분간 핵 개발 추진과 핵 회담 참가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핵 보유와 6자회담 거부라는 폭탄선언으로 제2기 부시 행정부의 양보선을 타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성명에 녹아 있는 협상전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관심 돌리기'와 의제전환 수법이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중국까지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높아지자 부시 행정부의 '폭정의 전초기지' 언급을 빌미로 회담 자체를 보이콧한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국제 여론이 북한의 핵 포기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전환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자회담에 참석하면 곧바로 핵 포기 압력에 직면할 것을 우려한 북한은 회담 참가 자체를 새 협상 카드로 들고 나왔다. 회담 판을 깨지 않는 대신 체제보장 등을 얻어내려는 복안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핵 보유 선언에 따른 미국의 대북 제재나 한국의 지원 중단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판돈을 끌어올리려는 벼랑 끝 전술을 가미했다. 전 원장은 "북한은 이런 '고위험 고보상'(high-risk, high-return) 협상술로 북.미 양자협상까지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에서 평화협력원은 한.미 당국이 북한의 협상술에 현혹되지 말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에 외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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