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국 안 움직이면 다른 수단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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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과 중국의 ‘환율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의회와 백악관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미에 맞춰 위안화 절상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한편에선 양국 간 첨예한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전통적인 ‘막후 채널’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오후 도쿄 외환시장 전광판에 달러 대비 엔화 환율 그래프가 표시돼 있다. 일본 정부가 또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엔화 가치는 10여 분만에 1%가량 급락했다. 이날 오후 2시쯤 달러당 85.4엔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는 이후 다시 84엔대를 회복했다. [도쿄=로이터]

2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원 총리와의 2시간여 회담 시간을 거의 환율 문제에 할애했다.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위안화 절상 문제가 가장 중요한 주제였으며 긴 시간 동안 논의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회담에선 달래기와 함께 으르기도 동원됐다. 베이더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보다 많은 조치를 실행해 위안화가 더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통령은 중국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단들이 있음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원 총리는 오바마의 요구에 확답을 피했다. 대신 중국 환율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개혁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국 측의 한 관리는 뉴욕 타임스(NYT)에 “11월 중간선거 이후엔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측의 압박을 국내 정국을 감안한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도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면서도 환율을 둘러싼 갈등이 전면적인 무역 전쟁으로 치닫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미·중 간 갈등 해소를 위해 미국 정부가 비공식 외교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과거 헨리 키신저 등을 비공식 채널로 삼아 중국과 접촉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양국 간 이견 조율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편 엔고 저지에 고심하고 있는 일본은 추가 시장개입 의사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경기 악화 시 달러를 더 푸는 ‘양적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엔화 가치가 계속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일본 정부가 2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2조 엔을 외환시장에 푼 데 이은 2차 개입인 셈이다. 엔화 가치는 일본 정부의 개입 시점으로 추정되는 이날 오후 달러당 84엔 중반에서 85엔대로 떨어졌다가 곧 84엔대로 복귀했다. 개입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이날 오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시장에서 필요 시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코스피 2년3개월 만에 최고=달러화 약세에 따라 원화 값은 오름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6.1원 오른 115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5월 18일(1146.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97포인트(0.76%) 상승한 1846.60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1840선을 돌파한 것은 2008년 6월 2일 이후 처음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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