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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맹형규 장관과 가족력을 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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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취임 3개월째, ‘가족력’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행정안전부 맹형규 신임 장관을 만났다.

‘가화만사성’이라고, 집안이 화목해야 만사가 잘 이뤄진다. 나랏일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는 이를테면 ‘국화만사성’을 추구하는 부처다. 나라가 화목하려면 구성원이 화목하고 안전해야 한다. 민생의 최소 집단은 ‘가족’이다. 요즘 행안부는 부쩍 ‘가족’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가족 구성원과 소통 창구를 열어두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스쿨존 교통사고와 범죄 예방을 위한 장치, 공무원 워킹 맘들을 위한 출산 육아 지원 대책, 생활 공감 주부 모니터단 활동 등이 그 예이다. 본지는 최근까지 ‘가족력’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관심과 가족 캠페인을 벌여왔다. 어린이 스쿨존 안전 캠페인, 워킹 맘들의 고민 해결, 와이프로거(와이프+블로거의 신조어. 디지털 시대에서 다양한 생활 아이디어를 내고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주부 집단) 활동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가족력’을 응원하는 지면을 만들어 온 것. 취임 3개월째인 행정안전부 맹형규 장관과의 인터뷰 주제는 ‘가족력’이었다.

*** 언론인-정치가-행정가 변신에 대해 물었더니

언론인 출신인 맹형규 장관은 온화한 이미지와 폭넓은 대인관계가 강점으로 꼽힌다. 주변으로부터 “추진하는 정책들의 전달 과정에서 소통하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는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손자 사진을 주변 직원들에게 보여주며 즐거워하기도 하는데, 직원들은 이런 그의 모습 덕분에 상관과의 거리감이 줄어든다고 한다.

언론인 출신답게 말솜씨와 글재주가 좋은 맹 장관은 지난 2006년『도시 비타민 M』이라는 자전 에세이를 펴내 그의 인생사와 숱한 고비 때마다의 심경, 가족 얘기를 말랑말랑하게 풀어내고 있다. 어린 시절 제법 색깔을 쓸 줄 안다는 칭찬을 곧잘 들었다는 그는 그림에 대한 애착이 크다. 기자 생활과 정치 생활을 거치면서 가끔씩 무척 건조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지금 하는 일을 다 정리하고 여유를 찾는다면, 우선적으로 그림 그리는 일과 사진 찍는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행안부의 새 수장으로 처리할 일들이 많아 손을 못 쓰고 있지만, 여유가 생기면 부처 공간을 갤러리처럼 꾸미겠다는 아이디어도 갖고 있다.

인생의 고비에 대해 묻자 맹 장관은 네 가지를 꼽았다. 물리학도가 되고 싶었는데 입시에 낙방하고 정치외교학과(연세대)에 진학한 일, 언론인에서 정치에 입문해서 첫 선거를 치른 날(15대부터 17대까지 국회의원으로 활동),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의 낙선(2006년), 18대 공천 탈락이 그것이다. 맹 장관은 인터뷰 자리에서 마주한 기자에게 “언론인 출신이라 그런지 기자들과 얘기하는 자리가 편하다”면서 “늘 왜(why)를 묻고 답을 꼼꼼하게 생각하는 기자 스타일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한다. 언론인-정치가-행정가로 이어지는 변신에 대한 그의 선택을 물어봤다. 그에 대해 맹 장관은 “계획하고 움직였다기보다는 운명처럼 흘러왔다”고 답했다.

뭉뚱그려 말한 ‘운명’이라는 답에 대한 힌트는 그의 자서전에 살짝 담겨 있다. 정치 영입 제안을 받았을 당시의 상황인데, 그는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직업으로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어울릴 시간도 없는 생활의 연속이 힘들었다. 늘 이것만 하고는 살 수 없지 않은가라는 회의도 들었고, 주변과 어울려 여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는 심경을 적어놨다. 장관이 말한 ‘운명’ 속에는 ‘가족력’에 대한 고민 한 토막이 포함됐던 셈이다.

*** 가족력 정책은 확대 시행 중

행안부가 관심을 갖고 진행하는 정책 중에는 ‘가족력’을 보호하고 응원하는 정책들이 눈길을 끈다. 맹 장관은 취임 초기 스쿨존에서 증가 추세인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안전 대책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 안전 강화 대책’에는 보호구역 지정 확대, 교통 법규 위반 시 범칙금 2배 부과 등 다양한 보호책이 도입됐다. 전국 45개 시범 학교에서 추진 중인 보행 안전 도우미(walking school bus, 도우미가 안전하게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 방법)는 학부모들의 한시름을 덜어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연이은 어린이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화학적 거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강한 발언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그만큼 ‘가족 보호’와 관련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 범죄의 예방책으로 스쿨존의 CCTV 확대 설치를 진행 중이다.
두 번째 ‘가족력’ 정책은 출산, 육아의 부담을 갖고 있는 워킹 맘을 향한다.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41%.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요즘 맹 장관은 “출산 육아 고민을 덜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전임 장관 시절 마련된 정부종합청사 1층의 푸르미 어린이집은 지금도 굉장한 인기다. 맹 장관은 취임 초기 이곳을 방문하는 등 어린이집 지원을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현 행안부의 공무원 워킹 맘을 위한 정책은 다양하다. 육아 휴직 조건을 기존 만 6세에서 만 8세로 완화했고, 세 자녀 이상인 워킹 맘은 육아 휴직 기간을 재직 기간으로 인정키로 했다. 좋은 정책들이긴 한데 실효성은 있을까. 출산 육아 휴가를 눈치 안 보고 마음 편히 쓸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워킹 맘의 또 다른 고민이 된다. 맹 장관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워킹 맘들의 고민이 참 많을 것이다”면서 유연 근무제(근무 시간을 워킹 맘 스케줄로 조정하는 시스템)나 대체 인력 뱅크(출산 육아 휴가 인원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 보충 제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맹 장관은 두 딸을 뒀다. 두 딸을 지켜보면서 워킹 맘의 현주소를 체감했을까. 장녀는 연세대 생화학과 졸업 후 석사를 마쳤고, 둘째는 연세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뉴욕 디자인 학교 파슨스로 유학을 떠났다. 현재 모두 출가해서 가정주부가 됐다는 전언. 맹 장관은 “우리 때와는 다른 세대라 배운 것을 활용해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맞춰 나가기를 바란다”면서 “둘째의 경우는, 뒤늦게 디자인 공부를 한 만큼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 엄마의 손길이 줄어들 때쯤에는 전공을 살린 사회 활동을 했으면 한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 가족 소통법&오픈 마인드의 아이디어들

맹형규 장관의 취임 3개월에 대한 평가 중 조명을 받는 것은 언론인 출신다운 소통력이다. 행안부와 주부 간 소통 아이디어는 ‘생활 공감 주부 모니터단’이 상징적이다. 주부 모니터단의 성과를 보자.

‘행안부 2008~09년 생활 공간 정책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야간 돌봄 전담 유치원’ ‘대출금리 변동 시 SMS 통보’ ‘양성 평등에 어긋나는 분양권 청약제 개선’ ‘세 자녀 이상 다자녀 전기세 할인’ 등이 채택됐고, ‘초등학생 등하교 SMS 통보’ ‘마트의 1회용 비닐봉투를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 대체’ 등 주부이기에 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톡톡한 실리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생활 공감 주부 모니터단은 3기를 준비 중이다. 행안부는 주부들과의 소통에서 번뜩이는 정책들을 얻은 만큼 지속적인 소통 노력을 벌일 계획이다.

본지는 와이프로거 활동을 지원하며 주부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맹형규 장관에게 향후 여성중앙 와이프로거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아보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여담 삼아 전했더니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소통’과 관련해서는 오픈 마인드의 모습이었다. 실제 맹형규 장관은 가족 소통과 관련,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을까.

그는 가끔 결혼식 주례를 설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새로 가정을 꾸리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고정 레퍼토리가 있다는 말을 꺼냈다. “늘 상대방을 존중해라, 내가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 상대는 남에게 존중받을 수 없다”는 주례사다. 거듭 소통을 강조하는 그는 젊은이들과 소통에는 귀를 여는 게 필요하다면서 최근 구입한 스마트폰으로 유행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본다며 장관의 ‘젊은 구석’을 알려줬다.

장관은 취임 초기 스쿨존에서 증가 추세인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안전 대책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사진은 5월 31일 서울 종로구 효제초등학교 워킹 스쿨버스 출범식. 워킹 스쿨버스는 자원봉사자가 어린이와 등하교를 함께하며 교통안전을 지키는 시스템이다.

아내와 전화 통화를 자주 하는데, 어려운 일이 있어도 아내와 통화를 한 뒤에는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연합통신 런던 특파원 시절의 가족사진. 당시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마음고생을 했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재발견한 시기였다.

대학 시절 첫 번째 미팅에서 부인을 만나 7년 교제 후에 결혼했다.

요즘 유행인 트위터에 대해서는 “쉽고 빠르게 의견을 전하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면서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 장관으로서 트위터 활용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가족 소통과 관련해서는 소박하면서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

아내와 전화를 자주 하는데 아무리 복잡하고 심난한 일이 있어도 통화를 한 뒤에는 마음이 편안해진단다. 출가한 두 딸과는 휴대폰을 통해 손자들의 사진을 전송받는 행복이 크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손자들의 귀여운 모습을 자랑하곤 합니다. 그럴 때는 저 역시 영락없는 할아버지인 것 같습니다.”

가족 소통의 또 다른 키워드는 가족 공동의 스포츠. 그는 학창 시절부터 워낙 운동을 좋아했고 기자 시절에는 축구로 맹활약했는데 독일의 유명 축구선수 선수이자 감독인 베켄 바우어와 포지션이 같아 맹켄바우어란 별명을 얻었다. “두 딸 역시 운동을 좋아해서 젊은 시절엔 어린 딸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 농구를 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죠. 아내와는 연애 시절에 등산 데이트를 자주 했는데, 요즘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맹형규 장관은 대학 시절 첫 번째 미팅에서 부인을 만나 7년 교제 후에 결혼했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아내와의 결혼을 꼽는다.

*** 소통과 관심, 나눔 약속까지

오늘날 가족은 이전의 단일 혈통 개념을 벗고 다양한 모습으로 넓어지고 있다. 다문화 가족이 그 한 예다. 행안부는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결혼 이민자의 친정 부모 초청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6월 말에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사 3개국의 결혼 여성 이민자의 친정 부모 60명을 6박 7일 일정으로 초대했다. 이처럼 행안부의 다문화 가족을 위한 관심과 배려는 ‘나눔 활동’의 하나이면서 확대된 가족을 포용하는 노력이다.

오늘날 가족은 이전의 단일 혈통 개념을 벗고 다양한 모습으로 넓어지고 있다. 다문화 가족이 그 한 예다. 행안부는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결혼 이민자의 친정 부모 초청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6월 말에는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사 3개국의 결혼 여성 이민자의 친정 부모 60명을 6박 7일 일정으로 초대했다. 이처럼 행안부의 다문화 가족을 위한 관심과 배려는 ‘나눔 활동’의 하나이면서 확대된 가족을 포용하는 노력이다.

2010년 한국 사회의 다문화 가족은 120만 명에 다다른다. 그중 많은 수의 아이들이 농촌에서 태어나 자란다. 다수의 다문화 가족은 취약 계층의 이웃이다. 다양한 나눔 캠페인을 전개 중인 본지 역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맹형규 장관은 “같이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면 해보자”며 흔쾌한 반응이었다. ‘확장된 가족’에 대한 맹 장관의 큰 관심은 체험적이다. 그에게는 두 딸 외에도 딸이 한 명 더 있다. 무슨 말일까. 앵커 시절 한 사회단체의 제안을 받고 당시 어려운 환경의 여중학생 한 명을 후원했다.

단순한 후원금 지원이 아니라 전화,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낸 세월이 훌쩍 십수 년을 넘어섰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려던 아이를 응원했고, 대학 첫 등록금은 그가 흔쾌히 냈다.

“그다음부터는 등록금을 지원해 주지 못했어요. 그 아이가 줄곧 장학금을 받았거든요”. 맹 장관이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인생 선배이자 멘토로서의 나눔까지 겸한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 대한 관심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가족력’을 주제로한 행정안전부 맹형규 장관과의 인터뷰는 소통과 관심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로 마무리됐다.

취재_강승민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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