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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와 변양균, 스캔들 3년 만에 심경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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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3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신정아-변양균 스캔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학력 위조’에 대한 형량을 마치고 칩거 중인 신정아씨가 파문 후 처음으로 입을 연 것.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변양균 전 청와대 실장 역시 지난 사건에 대한 심경을 고백해 눈길을 끈다.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변양균 스캔들’이 뇌리에서 잊혀져 갈 무렵, 최근 신정아씨가 파문 후 3년 만에 『월간 조선』에 심경을 고백한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금 이목이 쏠렸다. 지난해 4월 징역 만기일 직전에 보석으로 풀려난 신씨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건강도 치유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있다”면서 “그동안 겪었던 일을 사실 그대로 쓴 책 출간을 준비 중”이라고 근황을 밝혔다. 『월간 조선』 9월호에 실린 신정아씨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우리는 서로 교감하고 사랑하는 관계였다

신씨는 지난 시간들에 대해 “내가 한 잘못과 비난의 깊이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피를 토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1년 6개월의 수감 생활에 대해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생활이었지만 ‘살아진다’는 의미를 깨닫게 됐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술회했다.

본인은 물론이고 사건을 겪으며 가족들, 특히 어머니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변호사에게 누차 물어본 게 정말 우리 딸이 그런 사랑을 한 것이 맞는지였다. 그렇게 많은 억측과 소설이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을 만큼 나에 대한 ‘여자’로서의 신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어머니의 고통을 내가 무엇으로 위로해 드릴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하며 “사람은 자기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되는데, 행여 어머니나 가족이 변(양균) 실장을 조금이라도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까 봐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월간 조선』에 따르면 신씨는 사건을 겪으며 억울했던 점을 하나로 꼽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신정아’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학력 위조’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고, 신정아의 이미지는 ‘꽃뱀’으로 불린다. 학력 위조와 꽃뱀은 같은 맥락에서의 연장선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토로했다.

인터뷰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변 전 실장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부분. 신정아씨는 “우리 두 사람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모든 위선과 제약을 넘어서서 서로 교감하고 사랑하는 관계였다”고 밝히며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는데 누가 ‘꽃뱀’이고 누가 ‘제비’냐를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건 당시 직책을 놓고 보면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저 평범한 공무원일 뿐이었다. 그분이 그런 중책을 맡을지 예상하고 만남을 시작했겠나”라고 말했다. 덧붙여 “남녀 간의 문제는 당사자만이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내용도 모르면서 온갖 추측과 억측으로 파렴치하고 더러운 인간으로 치부하는 것은 내 개인적으로 많이 아프고 다친 부분”이라고 씁쓸한 심경을 내비쳤다.

변 전 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연일 인구에 회자되며 당시 시중에는 신정아가 변 전 실장에게 보냈다는 이메일 연서가 돌아다니기도 했다. 신씨는 이에 대해 “물론 조작된 것이다. 나중에 글을 올린 네티즌이 공개적으로 자백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실 나도 그 연서를 처음 읽었을 때는 내가 정말 이런 글을 썼던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만큼 치밀한 조작에 놀랐다는 것. 그러나 “(있지도 않은데) 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조선 중기 작품 몇 점이라고 표현한 것, 168cm이나 되는 큰 키의 나를 놓고 ‘자그마한 체구’로 표현한 것, 첫 정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부분에선 웃음이 났다”면서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은 남녀 간의 육체적인 사랑을 놓고 ‘정사’라는 표현을 쓰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내용을 편지로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터뷰에 밝혔다.

한 남자를 사랑한 것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를 줄 몰랐다

언론사와 소송 중인 누드 사진 건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보도가 처음 나갔을 때는 내가 누드 사진을 찍지 않았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신씨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왔다. 나를 출세를 위해 몸 판 여자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라며 구치소에 있을 때 다른 수감자들로부터 수치스러운 말을 들을 때도 있었음을 고백했다. 신씨는 “사진 합성 여부에 대한 감정을 지금까지 세 번 의뢰했는데 수감 생활 중 재판을 진행하다 보니 고충도 많았고, 힘없는 개인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신씨의 법적 대리인인 김재호 변호사는 “병원에 가서 몸 감정을 받았다. 누드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누드 사진을 찍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몸을 직접 보여주는 것만큼 정확한 감정이 없으니 신정아씨는 수감 생활 중에도 온갖 수치스러운 상황을 참고 감정을 받았다”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옷을 벗자마자 성형외과 전문의는 ‘감정할 필요도 없겠다’고 표현할 정도로 즉석에서 판정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에서는 신씨 측의 사진 합성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사진 전문가를 통해 합성 흔적이 있는지를 감정하는 세 번째 감정을 받았다고. 아직 이 사건은 소송 진행 중에 있다.

신정아^변양균 스캔들 history

2007년 불거진 ‘신정아-변양균 스캔들’의 시작은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가 시초였다. 당시 잘나가는 미술계 인사였던 신씨가 예일대 박사 학위를 위조해 동국대 조교수에 임명됐고, 이 과정에 변양균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었다. 그리고 이 ‘외압’의 배경으로 신씨와 변 전 실장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여기에 한 언론에서 신정아씨의 누드사진이라며 한 장의 사진을 공개한 후 파장은 일파만파였다.
신정아씨와 변 전 실장은 구속 기소됐다. 신씨의 경우 학력 위조와 자신이 일하던 미술관 공금 횡령 등의 혐의였고, 변 전 실장은 예산 특혜를 약속하고 신씨를 동국대 교수에 임용되도록 한 혐의, 대기업에 외압을 넣어 미술관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 흥덕사와 보광사에 탈법적으로 특별 교부금 배정을 지시한 혐의 등이었다. 법원이 내린 결정은 이랬다. 신씨는 학력 위조와 관련된 1년 6개월의 징역형, 변 전 실장은 흥덕사 등에 특별교부금이 배정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스캔들의 발단이 됐던 학력 위조에 대해서는 “불성실한 방법으로 학위 취득을 한 것은 맞지만 내가 학위를 위조한 것은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성실하지 못했던 학업 과정에 대해서는 매우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나를 믿고 아껴주신 많은 분께 마음 깊이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불성실한 방법’에 대해 김재호 변호사는 “리포트 제출이나 논문 작성 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논문을 표절했다는 비난은 감수할 수 있지만 생짜로 학위를 위조했다는 비난에 대해 본인은 지금도 상당히 억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그런 경우를 당하고 어떻게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았겠느냐”는 토로도 했다. “더 이상 예전의 평범했던 신정아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나’를 치유하는 데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했다고『월간 조선』인터뷰에서 밝혔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니 낯선 사람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어둡고 음울하고 슬픈 여자의 얼굴이었습니다. 더 이상 미워질 곳이 없을 만큼 미워진 제 얼굴을 보고는 아주 오랫동안 멍하게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저는 죽을 힘을 다해 다시 노력을 했습니다. 우선 건강을 위해 운동도 시작하고, 대인기피증을 이겨내기 위해 가능한 밖에서 식사를 하는 노력도 해봤습니다.”

“앞으로 미술계에서 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신씨는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한 남자의 아내로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고 싶다”며 “한 남자를 사랑한 것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나에게는 지나간 그 사랑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관계를 밝히지 못한 건 가족들이 받을 상처 때문이었다

한편 신씨의 인터뷰가 보도되기 며칠 전, 변양균 전 청와대 실장의 특별 사면 소식이 들렸다. 이번 8.15 특별 사면 복권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부분에 대해 면죄를 받은 것. 변 전 실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며 그간의 은둔생활과 심경에 대해 털어놓았다. 요즘 정원 가꾸기와 책 읽기로 하루를 보내며, 25년째 살아온 집 마당에 조그마한 연못을 만들며 소일하고 있다고 밝힌 변 전 실장은 스캔들 당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던 신정아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당시 신씨와의 관계에 대해 있는 그대로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은 가족이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남편이,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냥 가족들끼리만 알게 돼도 가정이 파괴되는데, 어떻게 공개적으로 말할 수가 있겠나”라며 “그 관계가 공개되는 것은 나보다도 가족들한테 더 큰 상처를 입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변 전 실장은 이후 “개인 사생활은 보호해 준다는 약속을 믿고 즉시 사표를 내고 조사에 응했으나 오히려 선정적인 내용으로 각색되고 조작돼 언론을 도배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당시 언론 보도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 변 전 실장은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던 그림에 대한 개인적 연을 잘 다스리지 못한 점, 고위 공작자로서의 부족했던 몸가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언론의 무차별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로 나 개인은 물론 가족과 친지들이 입은 상처는 회복 불능이 됐다”며 “당시 나는 언론의 집중 포화로 원색적인 3류 소설 속 인물이 되어 재판은 물론, 검찰이 수사를 마치기도 전에 이미 사회적으로 생매장이 돼버렸다”고 억울한 심경을 내비쳤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미국에 있는 둘째 아들네 집에서 한동안 지낼 생각”이라고 밝힌 그는 “쉬면서 구상해 둔 일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일이 추진되면 차차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취재_박진영 기자 사진_중앙 포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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