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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 로드맵 재개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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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지난 8일 폭력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중동 4자(이집트.요르단 포함) 평화회담의 결과다. 50여년의 이.팔 분쟁 해결에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과제도 많다. 그래서 이번 선언은 시작일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기회와 희망=8일 시나이 반도 남단의 휴양도시인 샤름 엘셰이크. 4년여 만에 자리를 함께 한 이.팔 정상은 상호 폭력행위 중단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양측 지도자는 "지난 4년간 4700명의 희생자를 낸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압바스 수반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스라엘인을 겨냥한 모든 폭력행위를 중지하고,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중지하기로 샤론 총리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2000년 9월에 시작된 팔레스타인 민중봉기(인티파다)의 중단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양측은 또 평화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예루살렘의 장래와 정착촌 문제,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요르단강 서안 분리장벽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 국제사회 지원=이번 회담은 미국이 후원하고 이집트.요르단이 중재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회담 직전 이.팔 정상을 방문해 긍정적인 만남이 될 것을 격려했다. 회담에 참석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최근의 평화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양국은 인티파다 발발 직후 소환했던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수일 내 복귀시키기로 약속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휴전 합의가 2003년 합의한 단계적 중동평화안인 로드맵에 따라 테러 기반을 해체하기 위한 중요한 일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중동평화 4대 후원국 고위급 회담이 다음달 1일부터 이틀간 런던에서 열릴 것"이라며 "회담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로드맵의 재개를 시사했다.

◆ 아직은 갈 길 멀어=그러나 장애가 많이 남아 있다. 우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확실한 휴전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압바스는 회담 직후인 9일 가자지구를 방문해 하마스 무장단체 등과 최종 설득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9~10일 가자지구에 약 30발의 박격포탄과 로켓포탄 공격을 했다. 이로 인해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팔 간의 폭력사태 종식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양측 실무회담이 연기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지도력에 대한 첫 도전이 감행됐다고 평가했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및 주변 아랍국들이 이번 회담을 "샤론 총리의 승리"로 폄하하며 냉소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휴전 선언이 깨지기 쉬운 사기그릇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샤름 엘셰이크=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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