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내년 반도체·LCD 조금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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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와세다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일 와세다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내년에 반도체와 LCD 경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 회장은 오는 20일 일본 와세다(早稻田)대에서 열리는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17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전용기편으로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반도체·LCD 경기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확실히는 모르지만, 저도 조금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은 경쟁력이 있지만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짧게 답했다.

올 들어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LCD 경기는 하반기 들어 수요 감소와 유럽 경제위기 여파로 LCD 패널 가격이 급락하고, D램 반도체 가격도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에 내년 반도체 투자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삼성전자 상생 워크숍에 참석할지에 대해선 “사장단에서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상생협력은) 과거 30년간 쭉 해왔기에 사장단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부장·과장·대리급에서 몸으로 피부로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개인별 업무 평가가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밑에까지 다 가야지 협력이 된다. 사장·회장이 밀어봐야 30년간 해왔는데도 잘 안 되더라”고 말해 실무 차원에서 상생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그는 공석 중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에 대해서는 “일이 하도 많아서, 그리고 건강도 별로 안 좋고…”라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은 지난 7월 6일 조석래(효성그룹 회장) 전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공석으로 돼 있다.

와세다대로부터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게 된 소감과 관련해서는 “저야 영광이죠. 1960년대에 다녔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5년 이 대학 상학부를 졸업했다.

이 회장은 이날 부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일본으로 떠났으며, 20일 학위 수여식에는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전무,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도 참석할 예정이다. 2000년 서울대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2005년 고려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 회장은 해외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 회장은 학위 수여식 후 당분간 일본에 머물 예정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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