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낙지 먹으란 말인가, 먹지 말란 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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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때아닌 ‘낙지 머리’ 위해성 논란으로 국민이 혼란스럽다. 서울시가 엊그제 낙지와 문어 머리 속에 든 내장과 먹물에서 카드뮴이 기준치의 최고 15배까지 검출됐다고 발표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다음 날 안전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낙지를 먹어도 된다는 것인지, 안 된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헷갈린다. 낙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낙지 음식점들은 매출 급감으로 피해가 극심하다.

정부나 지자체가 국민이 먹는 식품의 위해성 여부를 조사해 발표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번 발표는 조사방법에서부터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서울시는 낙지의 머리 부분만 따로 떼어내 중금속 함량을 조사했다. 그러곤 기준치(㎏당 2.0㎎)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중금속 조사는 특정 부위만 따로 하지 않을뿐더러 부위별로 중금속 기준치를 따로 정하지도 않는다. 과일도 껍질을 포함해 전체를 놓고 중금속 함량을 조사한다. 몸 전체를 요리해 먹는 낙지도 부위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했어야 옳았다. 그랬다면 카드뮴이 현행 기준치를 넘지 않아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 관심이 큰 먹을거리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설령 낙지 머리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나온 사실을 알리고 싶었더라도 국민이 느낄 불안감 등 파장을 한번쯤 짚었어야 했다.

서울시와 식약청 간의 협의-보고 채널 부재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약청은 국민의 식품 안전을 담당하는 최고 정부기관이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식품 위해 여부를 판단해 발표할 게 아니라 최종적으론 국가 최고기관의 판정을 거치는 게 절차상 맞다고 본다. 차제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식품행정의 조율 시스템을 재점검하기 바란다. 그에 앞서 서울시와 식약청은 당장 ‘낙지’에 대한 합동 재조사를 실시해 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