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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제2전성기 이끄는 WKBL 김원길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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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요즘 여자 프로농구 정말 재밌잖습니까? 전력들이 엇비슷해서 몇 초 남기고 1~2점차 승부가 날 때가 많아요. 오후 2시에 열리는 데도 관중이 꽉꽉 들어차지요. 특히 국민.우리.신한 세 팀이 물고 물리는 '은행 삼국지'는 장안의 화젭니다." 경기단체장 가운데 극성맞고 부지런하기로 손꼽히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김원길(62.사진) 총재. 13개였던 실업팀이 외환위기 여파로 5개로 줄어들던 위기 때 총재를 맡아(1999년 12월) 다시 전성기를 일궈낸 사람. 그가 총재 6년차를 맞아 또 기발한 작품을 구상 중이다. 한국 여자농구 역사를 소설로 펴내는 작업이다. 그를 지난 2일 WKBL 사무실이 있는 서울 태평로빌딩에서 만났다.

"1960년대 세계를 놀라게 한 박신자, 거인병과 싸우는 김영희, 장대들 틈에서 살아남은 단신 선수들의 애환 등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소설을 통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짭짤한 수익도 올릴 수 있을 거예요."

마당발에 정.관.재계를 두루 거친 다양한 경력, 특유의 달변과 고집. 여자농구가 지금처럼 탄탄한 기업들이 운영하는 6개팀의 아기자기한 리그로 바뀐 건 김 총재의 그런 점들이 뒷받침됐다. 경기가 열리는 체육관을 거의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 열성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같다. 그는 보건복지부장관이던 2001년 경기장에 가느라 임시 국무회의에 불참한 적도 있다. "참관 약속이 이미 돼 있다.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양해를 구했고, 나중에 이를 보고받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허허 웃었다고 한다.

-여자농구 소설은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원로 체육기자 조동표(80.전 일간스포츠 논설위원)씨가 숨은 얘기와 자료를 수집하고 있어요. 집필을 할 소설가는 현재 물색 중이고요. 판매 수익은 어려운 농구인을 돕는 데 쓸 겁니다."

책은 벌써 4만권이 예약된 '예비 베스트셀러'다. 여자농구 6개 구단이 5000권씩, 그리고 김 총재가 1만권을 책임지기로 했다.

-가난하던 연맹이 기금 60억원을 가진 부자가 됐는데.

"타이틀스폰서.방송중계권 등 수익사업을 적극 펼친 덕분입니다. 부임 첫 해 타이틀스폰서 금액이 1억5000만원이었지요. 그런데 여자프로농구 방송노출 시간을 광고비로 환산해보니 165억원이 나왔어요. 이 자료를 들고 기업체를 찾아다니며 엄청난 광고효과가 있음을 설득했어요. 그래서 다음해는 5억원을 받았지요. 올해는 겨울리그만 8억원입니다."

거기에 김 총재는 최근 6개 구단주들을 설득해 구단들이 차례로 리그 타이틀스폰서를 맡도록 했다. 가나다 순에 따라 이번 겨울리그는 국민은행이 맡았다. 여름리그는 금호생명 차례다. "앞으로 몇 년간은 스폰서 걱정 없이 리그가 운영될 겁니다. 안정이 되면 농구인에게 총재를 맡기고 저는 물러나야죠."

-제7 구단 창단 계획은.

"은행 세 팀과 보험(삼성생명.금호생명)팀의 라이벌 구도가 있으니까 신세계와 맞설 수 있는 유통업체 쪽이면 좋겠지요. 문제는 선수가 모자란다는 점입니다."

김 총재는 현역 기혼선수 5명 중 3명(이종애.양정옥.김지윤)의 주례를 맡았다. 주례사의 요지는 "신부는 한국농구의 보배이니 신랑은 알아서 잘 모셔라"였다. 그는 "올 여름리그부터는 경기시간을 저녁으로 옮겨 프로야구.축구와 당당히 경쟁할 생각"이라고 했다.

글=정영재<jerr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김원길 총재는

1943년 서울 출신. 경기고-서울대 경제학과. 67년 대한전선에 입사해 부사장까지 지냈고, 청보식품 대표이사도 역임했다. 14, 15, 16대 국회의원. 김대중 정권 때 여당 정책위의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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