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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캐디·카트 없으면 7㎞ 걸어야하니 운동이 절로 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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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골프장에선 걸으세요.”

‘걷기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성기홍(50·사진) 스포츠산업본부장이 골프 코스에서도 걷기 운동을 펼친다. 골퍼들의 걷기를 독려하기 위해 체육진흥공단 측이 앞으로 만드는 골프장엔 캐디와 카트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체육진흥공단 측은 내년 3월 개장하는 전남 광산의 대중(퍼블릭) 골프장(에콜리안)에 캐디와 카트를 두지 않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골프장에서 걸으면 건강에도 좋은 데다 모든 계층이 부담 없이 이용하게 하기 위해 캐디피와 카트 사용료 등의 거품을 빼겠다는 것이다. 코스 관리와 경기 시간 지연 등의 문제 때문에 반대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성기홍 본부장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골프 코스는 걷기 운동을 실천할 최적의 장소”라는 게 성 본부장의 생각이다. 카트를 타지 않는다면 골프장에서 걷는 거리는 7㎞ 정도다. 볼을 오른쪽, 왼쪽으로 보내는 초보자는 1만3000보, 고수는 1만 보 정도를 걷는다.

『에코힐링 워킹』 『걷기혁명 530-마사이족처럼 걸어라』등의 책을 냈던 걷기 전도사 성 본부장은 “골프 코스에서 걷는 것은 다른 곳에서 운동하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이렇다. 도로나 러닝머신에서 걷는 것은 에너지 대사가 잘 되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 혹은 다이어트를 위해 몸을 쓰는 것을 대뇌는 ‘노동’이라고 인식한다고 한다. 그럴 경우 몸은 필요한 에너지 대사를 최대한 줄인다. “신체활동 후 졸리거나 피곤하거나 배가 고프면 노동”이라고 성 본부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골프라는 놀이를 하면서 걷는 것은 에너지 대사가 왕성하게 된다는 게 성 본부장의 설명이다.

골프장에서 걷기의 장점은 또 있다. 초록색 잔디를 보면 몸에서 세로토닌이 배출된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물질로 면역력 증대 등에 효과가 크다. 또 잔디는 같은 면적의 숲보다 산소 배출량이 더 많다. 잔디밭을 걸으면 기분이 좋은 이유다.

서양에서는 카트를 타기보다 캐디백을 짊어지고 골프를 하는 사람이 더 많다. 특히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에서는 카트를 타고 골프를 즐기는 것은 골프가 아니고 ‘카트볼’이라고 할 정도로 전동 카트에 부정적이다. 카트는 매우 고령이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만 탄다. 카트가 있는 골프장은 많지 않다.

성 본부장은 “한국에서도 골프장의 걷기 문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 골프장에서 걸을 때의 장점은 인삼보다 낫고, 그 결과 건강해진 사람들은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체육진흥공단은 광산 이외에도 강원도 정선, 충북 제천, 전남 영광, 경남 거창, 충북 영동에 순차적으로 대중 골프장을 지을 계획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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