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I 재인증 성공 … 키신저도 선택한 바로 그 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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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I평가단이 직원에게 업무 프로세스를 물어보고 있다. JCI 인증은 총 1214개 항목에 대한 세밀한 심사를거쳐야 획득할 수 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인증을 받았던 세브란스병원이 이번에 JCI 재인증을 받았다.

평가 전 4개월의 데이터만 검증하는 1차 인증과 달리 재인증에서는 첫 인증 후 3년간 모든 평가 항목이 JCI 기준에 맞게 유지·개선됐는지를 검토한다. 모든 항목에서 표준 대비 90%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획득할 수 있는 다소 까다로운 기준이다.

이번 재인증에서 세브란스병원은 JCI 국제 표준집 제 3차 개정판 기준 1214개 평가 항목에서 평균 97점(완료도 97%)을 받았다. 한편 JCI가 새롭게 운영하는 질환별 인증에도 성공했다. 이번에 별도로 시행된 질환별 인증프로그램인 뇌졸중 프로그램(Stroke Program)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 뇌졸중 환자의 응급관리 및 치료부문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1214개 항목 평가 … 3년마다 재인증

JCI 인증은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가 수행한다. 전 세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엄격한 국제의료서비스 표준을 기준으로 삼아 해당 심사를 통과한 의료기관에 JCI 인증을 발급한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퇴원까지 겪게 되는 14개 분야 1214개 의료 설비, 서비스 항목에 대해 세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인증은 1회성이 아니다.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3년마다 재인증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진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 요소도 개선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또 의료서비스의 질적 보장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어 신뢰도 높은 의료서비스의 글로벌 인증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원정 진료를 원하는 해외 환자의 병원 선택에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가장 많이 찾는 병원

세브란스병원은 JCI 인증 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외국인 환자의 신뢰를 얻게 됐다는 것.

세계에서 JCI 인증을 받은 국가는 현재 41개국 321개 병원이다. 이 중 세브란스병원은 2006 병상으로 최대 규모의 대학병원이다. 이런 JCI 인증이 바탕이 돼 미국의 대표 의료보험회사 블루크로스 앤 블루실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해외의료 서비스 대행을 맡은 CGH사는 한국에서 세브란스병원과 단독으로 환자 진료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미국 보험가입 환자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JCI 인증에 힘입어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09년 외국인 외래환자 2만6536명, 입원환자 858명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찾았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 최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장관(노벨평화상 수상자)이 지난 3월 방한 중 급성복통을 일으켰을 때 세브란스병원을 택했다. 세브란스병원의 JCI인증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는 병원감염률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감염관리 예방 및 관리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목적은 환자와 직원·자원봉사자·학생·방문객에 대한 감염 위험성을 파악하고 이를 줄이려는 데 있다. 감염 관리 프로그램은 기관의 환자 수, 지리적 특성, 임상 활동의 영역과 직원의 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세 번째는 병원 환경 및 시설 안전이 확보됐다는 것이다. 환자와 가족, 방문객에게 안전한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에 초점을 맞췄다. 위기 상황 시 체계적인 대처를 위해 암호코드 체계를 마련했고, 의료장비를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또 화재 대피 시뮬레이션을 마련했다. 병원 내 모든 전기 장비에 안전 점검 후 안전필증을 부착했으며, 검체용·약품용 냉장고에 온도계를 설치했다. 주말에도 온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자동온도계측기도 설치했다. 병원 내 응급환자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 외래·검사실까지 구급 카트를 확대 비치했다.

그밖에 뇌졸중환자를 위한 BEST(Brain salvage through Emergent Stroke Therapy)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심근경색환자를 위한 FIRST(Fast Interrogation Rule for ST 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도 맏형 따라 JCI 인증

한편 지난해 병원명 개명을 하며 글로벌 명품병원의 기치를 내건 강남세브란스병원도 올해 초 JCI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첫 국제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기존의 성형과 미용피부 중심의 강남지역 의료관광 패턴이 중증질환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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