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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깃감 가벼워야 ‘하하 호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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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만나는 친척들이 내내 애틋한 정만 나누다 헤어지는 건 아니다. 가장 많이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말이 화근이 돼 말다툼을 벌이고, 서로 감정을 상하는 일이다. 모두 마음은 그게 아닌데 대화의 기술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일수록,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대화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추석에 모일 가족들끼리 꼭 알아야 할 대화의 기술을 알아봤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도움말 =이정숙 유쾌한 대화연구소 대표, 김창옥 김창옥퍼포먼스트레이닝 대표

얘깃거리를 준비하라

“졸업한 지가 언젠데, 빨리 취직하거라.” “내년에는 꼭 시집가야지.”

젊은이들이 추석만 되면 고향에 가기 싫어지는 게 바로 이런 잔소리 때문이다. 잔소리 몇 마디로 고칠 일이었다면 진작 바꿨을 거다. 하지만 어른들로선 사실 잔소리 말고는 할 얘기도, 나눌 만한 공감대도 없다. 다정한 대화는 평소에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주 모이는 가족들은 갈등이 적은 것도 서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자주 대화를 하지 못한 친척들이 모인다면 ‘스몰 토크’를 준비하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편한 주제로 나누는 대화다. 날씨·TV프로그램·스포츠 정도면 된다.

상대방의 의향을 물어라

한 중년 남성이 만원버스를 탔다. 맨 뒤쪽 한 자리가 비어 있어 앉았는데 옆을 보니 남자 중학생 한 녀석이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었다. ‘다리를 조금만 오므리면 한 사람 더 앉을 수 있을 텐데, 고얀 녀석’. 이 남자는 힘껏 다리를 벌려 남학생의 다리를 밀어냈다. 그러자 이 학생 돌아보며 물었다. “아저씨도 포경수술 했나요?”

대화를 나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 의사를 묻는 일이다. 지레짐작으로 말하면 갈등만 생긴다. 가족 간에는 오히려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 오해가 더 많이 일어난다.

지적은 짧고 칭찬은 길게 하라

내가 듣기 싫은 얘기는 남도 듣기 싫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단점과 잘못을 안다. 가족은 그런 단점을 지적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그런 대화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듣는 사람이 그 말에 집중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그 사람에 대한 칭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듣는 사람의 흥미와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해서는 안 될 말은 농담으로라도 말라

“네가 아들이었어야 하는데.” “너 낳을 계획이 없었는데 들어섰단다. 호호호.” “넌 우리 집 자식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자아 존중감과 관련된 내용들은 농담으로라도 해선 안 된다.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말이라 듣는 이가 큰 상처를 받는다.

아이들 앞에서 다투지 말라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분란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설전과 고성이 오가는 모습을 아이들 앞에서 보이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자녀 교육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일 때다. 전쟁에 참여한 군인이 바로 옆에서 전우가 죽는 것을 보는 정도의 스트레스를, 아이들이 부모의 폭력적 싸움을 볼 때 느낀다고 한다.

지나간 일을 다시 꺼내지 말라

지나간 일을 들추어 상대방의 화를 돋우는 걸 피해야 한다. 옛날 일을 회고하고, 당시의 책임을 묻고 따지는 식의 복기가 계속되면, 당시의 불쾌한 기분에다 지금의 불쾌한 기분까지 얹어져 더 화가 나게 된다. 특히 과거 일로 질책하는 건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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