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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못 받은 적 없었는데 올핸 한 상자도 안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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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성 장애인 40여 명이 생활하는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나눔의 동산. 15일 오후 나눔의 동산에는 이곳 식구들만 삼삼오오 모여 있을 뿐 한가했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날 나눔의 동산을 찾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달 들어 나눔의 동산에는 13일 강원도시가스가 10㎏ 쌀 30부대, 14일 한전 강원본부가 고추 150근, 같은 날 한국전기안전공사 강원지역본부가 과일 4상자를 전달했을 뿐이다. 추석 전 방문하겠다는 것도 1개 사회단체 정도다. 나눔의 동산은 방문자와 후원 물품이 2년 전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재숙(55) 원장은 “태풍과 잦은 비 때문인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여유가 줄어든 것 같다”며 “과일 값도 비싸 어제서야 식구들이 과일 맛을 봤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추석 때 많은 후원을 받지 못해 올겨울 나기가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추석을 앞두고 노인과 장애인·아동시설이 썰렁하다. 특히 올 추석에는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데다 태풍 곤파스와 계속된 집중호우 등으로 시설에 대한 후원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과일은 값이 비싸 후원 품목에서 거의 사라졌다.

대전시 대덕구 연축동 성우보육원 사무실 메모판은 추석을 일주일 앞뒀음에도 대부분 비어 있다. 지난해에는 하루 1개 기관 정도의 방문이 있었지만 올해는 절반으로 줄었다. 이윤주(40) 사무국장은 “보육원을 찾는 독지가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며 “지난해에는 과일도 들어오고 했는데 올해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중증 장애인 복지시설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신촌동 풀잎마을의 경우도 몇 년 전까지 추석 앞 주에는 후원자를 맞이하는 게 일과였지만 올해는 현재 5개 기관만 다녀갔다. 3개 기관이 16일 방문하겠다고 알려왔을 뿐 다음 일정은 비었다. 정병권(32) 사무장은 “3년 전에 비해 후원자가 60~70% 줄었다”며 “과일이 하나도 없었던 적은 없는데 현재까지 한 상자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많은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278가구 380명의 아동을 관리하는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는 예년의 경우 추석 때면 독지가 20~30여 명이 쌀과 라면·후원금을 전달해 달라며 기탁했지만 올해는 3명이 20㎏ 쌀 10부대와 장난감 등 35만원 상당의 물품을 맡기는 데 그쳤다.

한국마사회 제주사업본부가 센터에 쌀과 라면·상품권 등 4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해 그나마 어려움을 덜었다. 춘천시 사회복지과 이경녀 서비스연계 담당은 “지난해 추석에는 방문하려는 시설을 알려 달라는 곳이 10개 정도에 달했으나 올해는 2 개 시설만 연결해 줬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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