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숙아 쌍둥이 구한 ‘트위터 온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퇴원을 앞둔 이주 노동자 가족의 미숙아 쌍둥이들이 있는데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해 이곳저곳에서 지원을 받아도 3000만원 넘게 지불해야 합니다. 고민입니다.”

지난달 9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이병섭 교수의 트위터(@mdleebs)에 이런 글이 등록됐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11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주노동자 라주(39)·리피(31·여) 부부. 이들은 지난 5월 쌍둥이 자매 세뚜·심나를 얻었다. 그러나 결혼 10년 만에 얻은 금쪽같은 아이들은 27주 만에 세상에 나온 미숙아였다. 게다가 혈액이 불균형하게 공급되는 태아교환수혈증후군(TTTS)을 앓아 첫째 세뚜의 몸무게는 640g, 둘째 심나는 1.4kg에 불과했다. 인큐베이터로 직행한 아이들은 미숙아에게 흔히 나타나는 탈장, 동맥관 개방, 미숙아 망막증 등의 증상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아이들은 약 두 달간 치료를 받은 뒤 인큐베이터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그사이 약 9700만원의 치료비가 쌓였다. 부부의 수중엔 딱 1000만원이 있었다. 이주 노동자인 이들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정부와 각종 단체에서 주는 미숙아 의료비 지원도 먼 얘기였다.

아산병원이 병원비를 할인해주고 사회복지재단과 외부 기관을 설득해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하지만 여전히 3000만원이 부족했다. 그러자 아이들을 담당한 이 교수가 트위터에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의 팔로어(구독자)는 수십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산메디컬뉴스가 이 글을 리트윗해 1000명이 넘는 팔로어에게 전해졌다.

그러자 온정의 손길이 답지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의 한 여성 팔로어는 “신생아 집중치료실 앞에서 아기 엄마를 만난 적이 있다. 나도 미숙아 쌍둥이의 엄마로서 돕고 싶다”며 병원 계좌로 500만원을 입금했다. 병원에는 ‘트위터에서 봤다’며 돕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기저귀 등 육아용품이 잇따라 배달됐다.

또 아기들이 있던 신생아중환자실에는 모금함이 마련되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트위터가 사랑을 실어나르는 마차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라고 말했다.

각계의 온정 덕분에 심나에 이어 언니 세뚜도 9일 퇴원했다. 아직 1700만원의 병원비가 남아 있지만 병원 측의 배려로 차차 갚기로 했다. 라주는 공장에서 오후 10시까지 잔업을 하고 있다. 남은 치료비와 눈과 귀에 이상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의 후속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15일 병원을 찾은 이들 부부는 “알지도 못하는 우리를 조건 없이 도와준 한국인들의 사랑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