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등이, 흉물서 스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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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안녕 내 이름은 꼽등이/요즘 인기 검색어 1위/어디서든 다들 내 이야기”.

이 노래의 주인공은 최근 인터넷에서 ‘곱등이’로 알려진 곤충 꼽등이다. 꼽등이는 길이 4㎝가량의 곤충으로 주로 습한 야산 등지에 서식한다. 하지만 최근 비가 자주 내리면서 습한 기후가 지속되자 사람들 눈에 띄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 7월에는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에 꼽등이 떼 수천 마리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꼽등이를 스타로 만들었다. “방학 숙제로 곤충 채집을 했는데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려달라”며 올린 사진이 귀뚜라미가 아닌 꼽등이로 밝혀졌던 것이다.

해당 글에는 “꼽등이는 절대 퇴치가 안 된다. 이제 어떡하나” 등의 댓글이 2000개가량 달렸다. 꼽등이는 살충제로도 죽지 않으며 밟아서 죽일 수도 없다는 루머도 퍼졌다. 꼽등이를 밟을 경우 ‘연가시’라는 기생충이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꼽등이 퇴치가 힘들다는 소문과 함께 ‘꼽등이 송’ ‘꼽등이 키우기 게임’까지 등장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 다양한 취미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열망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며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꼽등이 팬카페의 회원 수는 3만6000명에 달한다. 해충 처리 전문업체인 세스코 기술연구소 측은 “꼽등이 퇴치가 불가능하다거나 연가시가 인간의 몸에 들어온다는 건 헛소문이다 ”고 밝혔다.

박정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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