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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엠넷 “명품녀, 차 포함 오늘 하고 온 것 10억어치라 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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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공정사회 논란으로까지 번진 ‘4억 명품녀’ 파문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출연자 김모(24)씨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방송사인 케이블 채널 엠넷(Mnet)에 ‘방송 조작’ 책임을 전가하고 나서자 엠넷 측은 “김씨가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김씨의 인터뷰 내용은 거짓말”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엠넷은 1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원본 테이프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심의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방송국이 써준 대로 읽었다”=파문이 불거지자 일본으로 건너갔던 김씨는 12일 귀국한 뒤 본지를 포함한 언론사 기자들과 통화를 했다. 그는 “4억원어치 옷차림 등 주요 발언들은 작가들이 스케치북(보드)에 적어 보여줬고 그걸 바탕으로 대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이 처음이라 방송은 으레 과장을 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엠넷측으로부터 이메일로 받은 1차 대본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15일 전자상가에서 복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엠넷 측에서 문제가 된 발언들이 대본에 따른 것이었다는 해명 방송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내가 명품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너무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방송에 2억원짜리로 소개돼 논란이 되고 있는 목걸이도 작가들에게 4000만원짜리라고 밝혔다고 했다. 녹화 당일 옷차림 가격도 작가들이 스케치북으로 ‘총 4억’이라고 적어 보여주며 ‘이렇게 대답하라’고 요청해 따랐다고 했다. 직업과 관련해선 ‘일본에서 가끔 모델로 일하며 시간당 3만 엔씩 받는다’고 말했지만 작가들이 무직으로 둔갑시켰다고 했다. 명품 구입은 “모델 일 해서 번 돈으로 살 때도 있고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살 때도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말을 순화해 내보냈다”=그러나 방송을 제작한 민정식 PD는 14일 “김씨가 원래 한 얘기는 방송에 나간 것보다 훨씬 충격적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녹화 전 김씨가 오늘 하고 온 게 차(벤틀리)를 포함해서 10억원쯤 된다고 했는데, 방송에선 차 얘기를 제외하고 차려입은 옷 가격 4억원만 소개할 정도였다는 것. 김씨 발언을 오히려 순화했다는 주장이다.


기획·제작을 총괄한 황금산 방송기획팀장도 “충분한 사전 인터뷰를 거쳐 예상질문과 답변을 서로 교감한 상태에서 녹화에 들어갔고, MC들의 돌발질문에도 김씨가 당당하게 답했다”고 말했다. 발언 수위에 놀란 MC들이 수차례 “이런 내용 방송에 나가도 되겠느냐”고 물었지만, 김씨가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는 것이다.

해당 방송 담당 작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오히려 방송이 과장이었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혀 새로운 논란을 예고했다. 방송 다음 날 통화 때까지 김씨가 전혀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국세청 조사가 시작된 뒤 불안감을 보였다는 주장이다. 김씨가 통화에서 “내 상황이 곤란하니까 방송이기 때문에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해달라. VCR(셀프카메라 영상)에 나온 명품 중에 (내것이 아니라) 가족들 것도 있으니 그런 쪽으로 정정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엠넷 측은 “사전 인터뷰부터 녹화 전체 분량(38분가량)과 출연자 문답노트, 통화 내용 등 사실관계를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다. 방송통신심의위가 요구할 경우 제출하겠다”며 “심의 결과를 보고 김씨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증여 및 탈세 의혹은 여전=방송 조작 여부와 관계없이 김씨는 애초 제기됐던 불법 증여 및 탈세 의혹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씨 스스로 “가지고 있는 명품의 절반은 부모님이 사 주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씨가 “리스한 것”이라고 밝힌 핑크색 벤틀리 가격도 만만치 않다. 현대캐피탈 강남수입차지점 관계자는 “해당 차를 리스할 경우 보증금 1억여원을 걸고 3년간 매달 80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세청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김씨의 부모는 큰 부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김씨가 렌트해 타고 다니는 벤틀리 승용차나 다른 명품들은 무직이라는 김씨의 소득으로는 소유하기가 불가능한 것이어서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방송에 과시할 정도로 초호화생활을 하는데도 조세정의가 구현되지 않았다면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혜란·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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