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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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사람 인(人)은 서 있는 사람을 옆에서 그린 것이다. 사람을 앞에서 보고 그리면 대(大)가 된다. 측면 모습보다는 정면 모습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에 대(大)에는 ‘크다’는 뜻이 담긴다. 대(大)의 머리 부분에 가로획 하나를 더하면 지아비 부(夫)가 된다. 사람이 머리에 비녀를 꽂고 있는 모습이다. 성인 남자가 어른이 되면 머리에 비녀를 꽂았기에 부(夫)는 성인 남자나 지아비를 일컫는 말로 쓰였다. 그러나 대(大) 위에 가로획 하나를 더하되 비스듬하게 그리면 요(夭)가 된다. 머리 부분이 비뚤어져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한 모습이다.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찍 죽는 것을 요절(夭折)이라고 한다.

땅을 딛고 서 있는 사람의 정면 모습은 입(立)으로 표시된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으면 병(竝)이 된다. 또 사람(人) 둘을 나란히 하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뒤좇는 모습을 그린 것은 따를 종(从)이 된다. 그런가 하면 사람 둘이 등을 지고 서 있는 모습은 북(北)이다. 예부터 남쪽은 긍정적이고 좋은 양(陽)으로 생각돼 집도 남면(南面)을 향하도록 지었다. 이와 반대로 북은 흔히 부정적이고 나쁜 음(陰)으로 인식됐다. 사람 둘이 등을 지고 있기에 관계가 단절된다. 또 등을 지고 달아나는 건 패배(敗北)라고 한다. 북(北)에는 방향을 나타내는 북녘이라는 뜻의 ‘북’과, 등을 진다는 데서 나온 도망간다는 뜻의 ‘배’ 등 두 가지 발음이 담겨 있다.

한편 사람 둘의 모습을 그리되 한 사람의 측면 모습과 또 한 사람의 거꾸로 선 모습을 그리면 ‘변하다’는 뜻을 갖는 화(化)가 된다. 바로 선 모습과 거꾸로 선 모습에서 ‘변화(變化)’의 뜻이 나왔다고 한다. 또 사람이 다리를 꼬고 서 있는 정면의 모습은 교(交)다. 원래는 교차(交叉)하다는 의미를 가졌으나 이후 교류(交流)의 뜻으로 확장됐다.

남(南)과 북(北)이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대승호 선원을 한국으로 돌려보냈고, 한국은 수해를 입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의 쌀을 보내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2의 개성공단 건설 가능성을 제기하자 북한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 제안으로 화답했다. 동포인 남과 북에 현재 필요한 건 변화요, 교류다. 그게 사람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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