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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청소년 국제활동 동아리 [끝]] 다문화 봉사단 ‘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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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한대부고에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 다문화 한국어교육봉사가 진행된다. 이지영 교사(가운데)와 폴로 회원들. [김진원 기자]

시각을 조금 바꾸면 주위에서도 국제활동의 소재를 찾을 수 있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을 위한 봉사가 그 예다. 다문화 자녀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양대 사범대 부속고 폴로(POLO) 동아리를 만났다.

글=이지은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주 1회 외국인 친구에게 한글 봉사

권혜경(2년)양은 매주 월요일 오전 8시면 학교에 따로 준비된 어학실에서 외국인 후배인 몽골인 친바(1년)를 만난다. 한국어 교육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한국어가 아직 서툰 친바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주의 깊게 들어준다. 한 주제를 놓고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권양은 “4월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 시간을 지켰다”며 “친바가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다양하게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바로 이뤄지는 봉사는 시간 낭비를 줄였고 지속적으로 활동하기도 수월했다. 봉사가 끝나면 활동보고서를 적은 뒤 월별로 모아 학교에 제출하고 봉사활동 실적을 인정받는다.

친바는 몽골인인 아버지의 외국 파견 근무를 따라 2년 전에 한국에 왔다. 그러나 처음 1년간 한국어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다. 그는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어학원도 다녔지만 크게 효과가 없었다”며 “또래 몽골 친구들로 학원이 북적거려 몽골어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올해 3월 이 학교에 입학해 폴로 동아리를 알게 됐고 권양을 소개받아 한국어 과외를 시작했다. 그는 “한국어뿐 아니라 학교에서 해야 하는 주요 활동도 설명해 주고 시험 기간엔 공부도 도와준다”며 “이 덕분에 한국어 실력이 크게 늘었다”고 자랑했다.

폴로는 지난해 4월 창설됐다. 당시 1학년 회장에 선출된 강수람(2년)양이 봉사 동아리가 없다는 교사의 권유로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엔 뚜렷한 목표 없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강양은 “영아원이나 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하고 캠페인도 펼쳤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폴로만의 특색이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3월이었다. 학년이 바뀌고 이지영(국어) 교사가 지도를 맡게 되면서 폴로는 ‘다문화 봉사’라는 정체성을 갖게 됐다. 이 교사는 “학교 바로 인근에 성동구 외국인근로자센터가 있고 교내에 외국인 재학생도 많은 편(7명)”이라며 “생활 속에서 손쉽게 국제적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라 판단해 다문화를 주제로 한 동아리로 특화할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교내·교외로 나눠 정기적으로 활동

폴로의 활동은 크게 교내활동과 교외활동으로 나뉜다. 교내에서 주 1회 한국어를 교육하는 정기 봉사는 교내 다문화 학생뿐 아니라 한국인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중국어·베트남어와 같은 제2외국어와 함께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에는 학교에서 10일간 ‘다문화 이해 돕기’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열고 팸플릿을 제작·배포했다. 7월에는 교내의 다문화 학생들과 음식을 주제로 문화 교류를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교외 봉사는 외국인근로자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2주마다 센터를 방문해 외국인 근로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한국어 교육봉사 시간이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푸드뱅크의 업무를 보조하는 일도 2개월마다 진행된다. 정기적으로 외국인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실시될 때는 의료보조 봉사활동도 한다. 이처럼 월별로 촘촘하게 짜인 교내·교외봉사 커리큘럼은 서울시립청소년센터 ‘미지’로부터 ‘2010 청소년 국제활동 동아리’에 선발되기도 했다.

이 교사는 폴로 활동이 갖는 ‘국제적·봉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주변 환경을 활용해 꾸준히 국제봉사활동을 쌓은 경력이 짧게는 대학 입시 전형의 글로벌리더전형과 같은 입학사정전형관 제도에 유용하게 쓰임은 물론 길게는 대학을 졸업한 뒤 참된 인재를 사회에 배출하는 데 적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수람양은 지난 2년간 폴로의 봉사활동을 포트폴리오로 정리해 ‘전국자원봉사대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강양은 “학생들이 만든 동아리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하나의 특색화된 활동으로 만들기까지 겪은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강보희(2년)양은 좁았던 시야를 국제적으로 넓힐 수 있게 된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다문화 바로 알기’ 교육을 통해 배운 것이 많다”며 “앞으로도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계획해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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