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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막히는 길 찾아주고 … 심심할 땐 노래방·게임 … 차례도 도와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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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스마트폰을 장만한 김똑똑(가명)씨. 추석 연휴 첫날 아침 일찍 서둘러 서울 집을 나섰다. 아내와 두 아이를 차에 태운 김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길게 늘어선 귀성 행렬이 보인다. “올 추석은 연휴가 길어서 많이 밀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부모님과 친지들을 만난다는 즐거움이 크지만 귀성전쟁을 치를 일은 암담하기만 하다. 일단 ‘고속도로 정보’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을 구동시켜 본다. “일단 신갈요금소를 빠져나가는 게 문제군.” 신갈까지는 시속 10㎞ 미만이지만 그 이후는 시속 20~30㎞라는 정보가 뜬다. 새벽에 출발한다던 형님댁 식구들은 얼마나 갔을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임IN’에 친구 등록을 해놓은 덕분에 따로 전화 걸지 않아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여기저기 많이 막혀요. 경부고속도로 타지 마세요.” 조카가 올린 메시지를 본 뒤 다른 길을 찾기 위해 다시 도로정보 앱을 구동시켰다. 벌써 점심 시간이 다 돼 간다. 휴게소에 들러야겠다. ‘베스트 휴게소’ 앱을 띄워 가까우면서 음식도 맛있기로 소문난 곳을 찾는다.

점심을 먹고 다시 귀성 행렬에 동참한다. 뒷자리 아이들이 슬슬 지루해 하는 기색이다. 스마트폰을 건네줬다. 큰애가 ‘푸딩 얼굴 인식’ 앱으로 자기 얼굴을 찍더니 유명 탤런트를 닮았다는 분석 결과에 우쭐해 한다. 가족들이 서로 사진을 찍으며 재밌게 논다. 그것도 시들해지자 이번엔 ‘윷놀이’ ‘고스톱’ 등 재밌는 앱들을 이것저것 내려받았다. “흠~ 스마트폰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네.”

이튿날, 부모님 댁 마루에선 차례 준비가 한창이다. 홍동백서든가, 아니면 그 반대? 매년 차리는 차례상이지만 항상 헷갈린다. 이걸 어디 적어놨던 것도 같은데…. 참, 스마트폰이 있었지. ‘제사상 차리기’ 가이드 앱을 찾는다. 그림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어 그대로만 하면 된다. 지방 쓰는 법도 나와 있다. 차례 뒤 일가 친척들과 제사 음식을 먹으며 밀린 얘기를 나눴다. 스마트폰으로 ‘노래방 책’ 앱을 켰다. 가사·가수·제목별로 곡목을 선택할 수 있다. 즉석 노래방이 꾸며졌다.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큰아들이 배탈이 났다. 2년 전에도 이 녀석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겨 한밤중에 문 연 병원을 찾아 두 시간 넘게 헤맸었다. 이번엔 그럴 일이 없다. ‘응급실 114’라는 앱을 켠다. 가까운 10개 응급실 정보가 순식간에 뜬다. 약국도 ‘에이알팜’ 앱으로 찾았다. 가까운 약국의 이름과 위치가 상세히 나온다.

연휴 마지막 날 귀경길. 생각보다 차가 잘 빠진다 싶어 속도를 내다가 앞차를 들이받았다. ‘긴급 교통사고 대처’ 앱을 구동시키니 교통사고 발생 시 대처 방법이 단계별로 나와 있다. 보험사 연락처 리스트와 전화번호, 가까운 정비소·병원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게 올 추석은 ‘스마트 명절’ 원년이라 할 만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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