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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집권 비관주의' 극복 연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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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박근혜 대표(右)가 고개를 숙인 채 의원들의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왼쪽은 김덕룡 원내대표. [제천=김형수 기자]

한나라당이 3일 '집권 비관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의원 연찬회를 열었다. 2007년 대선 승리의 방법론을 찾는 게 주제다. 이틀 일정 연찬회에서 각 계파는 격론을 벌였다. 대선 예비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의 입김도 작용해 치열했다.

당의 정체성을 놓고 시각차가 드러났다. 국가보안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당 차원의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 혁신보수냐 정통보수냐=발제자를 비롯한 토론자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이 위기"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위기의 진단과 처방에 대해선 시각차가 뚜렷했다. 발제자로 나온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은 기득권 철폐, 도덕재무장, 정풍운동이 필요하다"면서 '공동체 자유주의'와 '혁신적 중도보수'를 제안했다.

토론이 시작되자 다양한 의견이 분출했다. 푸른모임의 박진 의원은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진정으로 개혁하는 것"이라며 "과거식 반공보수에서 미래지향적인 자유보수로 당의 핵심 가치를 재정립해야 집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발전연구회와 '반(反) 박근혜 연합전선'을 구축한 수요모임 대표인 정병국 의원은 "국민 성향이 이미 좌로 한 클릭 이동했으므로 우리도 좌로 가야 중간층을 잡을 수 있다"면서 "냉전보수, 강경보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인 자유포럼 대표 이방호 의원은 "당이 우경화됐으니 중도나 좌측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면서 "정통보수라는 전제하에서 사안마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용갑 의원은 "한나라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노 정권의 박근혜 죽이기 효과가 나타나서이지 보수이념 때문이 아니다. 노선을 바꾸어 좌로 가면 열린우리당의 2중대"라며 개혁노선을 공격했다.

◆ "박 대표, 과거사 문제 나서야"=과거사 규명에 대해선 "정면돌파하자"고 거의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의원들은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사퇴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태희 의원은 "과거사는 한나라당이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제는 박 대표가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법론에는 입장 차를 보였다. 박 대표를 지지하는 주류 측은 "여권의 과거사 규명 작업은 정치인 박근혜가 아니라 한나라당 대표 또는 대권주자 박근혜를 겨냥하고 있다"면서 당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반면 수요모임 등은 "한나라당이 5, 6공에 이어 3공의 부정적 유산까지 짊어질 이유가 없다"면서 "당 차원보다는 박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진화 의원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면서 "박 대표가 2선 후퇴해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당권.대권 분리돼야=박 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당권.대권 분리론'의 조기 확산에 못박았지만 2006년 당 대표 경선과 2007년 대선 후보 선출을 겨냥한 발언이 줄을 이었다. 권철현 의원은 "차기 대선 후보 경선 출마자들은 내년 당권 경선을 위한 전당대회에 불출마할 것을 제안한다"며 당권.대권 분리론을 제기했다. 전재희 의원도 "18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헌.당규 개정 주장도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현재의 당헌.당규는 탄핵 이후 총선을 앞둔 비상상황에서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만든 기형적 구조"라며 당헌.당규 개정을 촉구했다.

◆ 당명 개정엔 다수가 반대=박 대표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당명 개정에 대해 대부분의 의원이 반발했다. 윤건영 여의도연구소장은 발제를 통해 "차떼기 정당 등 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고 이미지 혁신을 위해 당명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오는 6월까지 당명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권오을 의원은 "당명 개정을 할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na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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