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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모두 만 65세 이상 농민 내년부터 농지 담보 연금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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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농촌의 고령자는 내년부터 국민연금 외에 연금을 하나 더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농지를 담보로 맡기고 받는 농지연금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지연금의 가입신청을 내년 1월부터 받을 예정이라고 13일 발표했다.

농지연금은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역모기지와 구조가 같다. 담보만 집 대신 농지로 대체된다. 하지만 농지가 있다고 아무나 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 모두 만 65세가 넘어야 하고 농사 지은 지 5년이 지나야 자격이 생긴다. 또 자기 명의의 농지가 3만㎡ 이상이면 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

가입 후 사망 시까지 연금이 계속 나오는 종신형과 기간을 정해 일정액을 받는 기간형이 있다. 연금은 땅 주인 앞으로 나오는데 종신형의 경우 연금을 받던 분이 돌아가시면 배우자가 이어받아 사망 시까지 계속 받을 수 있다. 가입자와 배우자가 모두 숨지면 유족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동안 받은 연금과 이자를 내고 땅을 되찾아가거나 땅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유족이 농지를 포기할 경우 경매에 부쳐 돈을 회수한다.

이 경우 농지연금채권은 담보로 제공한 농지에 한하므로, 농어촌공사는 담보농지를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고 남는 금액이 있으면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반면 부족한 금액은 상속인에게 청구하지 않고 농지은행이 부담하게 된다.

농식품부가 검토 중인 상품의 경우 70세 농민이 2억원 상당의 농지를 담보로 맡길 경우 사망 시까지 매달 76만원 정도의 연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름은 연금이지만 나중에 받은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부채에 가깝다. 대신 돈만 빌리는데 그치지 않고 담보로 맡긴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짓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농식품부 계산에 따르면 2억원짜리 농지를 담보로 연금에 들면 76만원의 연금 외에 직접 경작하면 월 45만원, 땅을 빌려주면 월 19만원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품모형 설계, 운영시스템 구축 등을 올해 11월까지 완료하고 내년 1월부터 농지연금 지원신청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금신청 접수는 농어촌공사 본사와 전국 지사(대표전화 1577-7770)에서 받는다.

농지연금이 생기더라도 자리를 잡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연금도 그랬다. 주택연금은 2007년 7월 출시 이후 같은 해 연말까지 가입자가 515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택연금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에 처음으로 주택연금의 월 신규 가입 건수가 200건을 넘어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택보다 땅에 대한 소유 욕구가 크기 때문에 농지연금이 자리잡기까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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