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씨의 새 시집 『아픈 천국』에는 사회비판적 시가 많이 실려 있다. 정작 이씨는 “내 손을 통과하지 않은 뭔가가 보이는 작품이 좋다”고 했다. 의도하지 않은 효과에 끌린다는 것이다. [강정현 기자]
시인 이영광(45)씨가 3년 만에 펴낸 세 번째 시집 『아픈 천국』(창비)은 특히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표제시에서 이씨가 밝힌 자신의 세계관, 즉 ‘통증의 세계관’이 특유의 강렬한 시어와 그 배열을 통해 선명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 눈에 세상은 천국이되 어딘가 아픈 곳이다. 그는 어떤 통증과 함께 세상을 보는 모양이다. 이런 시선을 드러내는 이씨의 말 운용은 가히 ‘격정(激情)의 수사학’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우선 이씨는 달을 보는 시선부터 삐딱하다. 첫 머리에 실린 짧은 시 ‘반달’에서 시인은 반달을 ‘구정물에 뜬 밥알 같은/하늘의 눈’으로 표현한다.
강렬한 사회비판적 시각을 담은 ‘유령3’은 말들의 전시장 같다. 이씨는 ‘朝刊(조간)은 訃音(부음) 같다’고 한다. 끊임 없이 사람 죽어나가는 소식을 전해서다. 신문 속 세상에서 살인자는 누군가를 ‘여전히 拉致中(납치중)이고/暴行中(폭행중)이고/鎭壓中(진압중)이다’. 자연히 사람은 ‘計劃的(계획적)으로/卽興的(즉흥적)으로/合法的(합법적)으로’, 또 ‘戰鬪的(전투적)으로/錯亂的(착란적)으로/窮極的(궁극적)으로’ 죽어간다. 부사의 반복 사용으로 사회비판의 강도가 세진다.
‘포장마차’는 또 어떤가. 이씨에게 포장마차는 맑은 소주 한 잔의 힘에 기대 세상살이 진정성의 순도를 가다듬거나, 고단함 혹은 설움을 달래는 장소가 아니다. ‘사는 것보다/살려고 마음먹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강력하게 주정하기 위해’ 망하지 않는 곳이다. 이곳을 드나드는 서민들에게 삶은 ‘콩자루에서 쏟아져 나오는 콩알들을 놓치는 손끝처럼’ ‘대략, 난감’하다.
한편 소주는 ‘슬픈 독’이다. ‘들어가 태우면 어디선가 덜덜덜/쓰레기 같은 힘이 솟구치는,/불의 잔’이다. 하필 소주의 술기운을 이씨는 ‘쓰레기 같은 힘’으로 표현한다.
이씨는 원래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었다. 세상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일까. 그는 “(이번 시집에서) 내 시의 빛깔이 조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념이 강한 편이라서 인지, 더 거르고 가라 앉혀야 할 것 같은 지점에서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강한 사회 비판이 일정 부분 자신의 체질 탓이라는 것이다.
그런 체질이 사랑시에서는 사랑을 사생결단식, 위태로운 실존적 선택으로 보는 시행으로 나타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파멸을 선택하지 못한 자의 삶은 허망하고 쓸쓸할 것이다. ‘울어야 할 때 울고 타야 할 때 타는 떳떳한 파산/나는 불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없다.’
지난해 미당문학상 후보작이기도 했던 ‘사랑의 미안’은 사랑에 눈감은 비겁한 남자의 속울음이 절절하게 표현돼 있다. 시인들 사이에서 절창으로 꼽힌 시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