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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드레스’ 보호하는 지식정책 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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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될 예정인 지식재산기본법에 의하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설치돼 범정부적 차원에서 지식재산 관련 정책을 입안·집행하게 된다. 미국으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 감시대상 국가로 지정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장려하게 됐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펼치게 될 활동은 외국의 ‘특허괴물(patent troll)’에 대응해 국가적 지식재산을 체계적으로 획득·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에서 2000억원을 출연하고 기업체에서 3000억원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난 8월부터 토종 지식재산권 운용회사도 출범했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고 미래의 국가경쟁력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지식재산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많은 지식재산 분야 중에서도 이른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인식이 충분하지 않은 트레이드 드레스는 주로 상품의 용기·포장·형태에 대한 보호를 의미한다. 현재는 약칭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에 관한 국민적 인식이나 정책적·사법적 보호가 아직은 미약한 실정이다.

어떤 기업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상품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다른 기업이 손쉽게 모방해 유사한 모양의 제품을 출시하게 되면 개발자는 엄청난 손해를 본다. 반면 모방자는 부당한 이익을 얻게 된다. 나아가 일반 소비자들로서는 해당 상품의 출처에 대한 혼동이 생겨 상품의 품질에 대한 기만을 당하게 된다.

트레이드 드레스 모방 상품은 가방·신발 등 각종 팬시 상품은 물론 생활필수품·식품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특히 식품의 경우 국민 건강에 밀접한 관련이 있게 되므로 모방상품의 판매행위는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 최근 유명 조미료 제품을 둘러싼 기업 간의 마찰음이 들리기도 한다. 식음료 업계에서는 상품 포장이나 용기에 대한 모방상품이 소규모 업체가 아닌 중견기업이나 심지어 대기업에서도 버젓이 제조·판매되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식품과 음료수 포장이나 용기에서 문구·서체·도안·색깔 등을 교묘하게 모방,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기존 상품에 편승해 부당한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은 제재의 대상이 돼야 한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우리나라에 아직도 만연한 타인의 지식재산에 대한 경시·모방 풍조를 근절하기 위한 사회적 캠페인을 강력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 국민과 기업의 지식재산 보호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기업문화 풍토를 개선해 명실상부한 지식재산 강국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수완 변호사·특허법인 AIP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