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밀러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314쪽, 1만5000원
의료·산업용 가스를 만들어 파는 아메리칸에어리퀴드. 100여 곳의 공장에서 가스를 생산해 미국 전역의 1만5000여 곳에 공급한다. 이 회사의 찰스 하퍼 대표는 너무도 복잡한 생산·유통망에 골머리를 앓았다. 원료비와 에너지 가격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올랐다 내렸다 하는 바람에 원가 계산조차 힘들었다. 그는 1999년 복잡성 연구자들이 설립한 컨설팅업체인 바이어스 그룹으로부터 제안을 하나 받았다. 개미들이 물건을 옮기는 방식을 응용해 회사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내용이었다. 개미는 앞서 간 동료가 풍기는 냄새를 따라 움직이면서 시행착오를 조금씩 개선, 결국 최적의 이동 경로를 확보하는데 이 같은 행동패턴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적용해 트럭이 어느 공장에서 가스를 받아 어느 고객에게 배달하는 게 가장 이익이 되는지 파악해 시행했더니 결과는 대성공. 수요에 맞춰 적절한 공장에서 적절한 기체를 생산하는, 간단하지만 영리한 운영 방식으로 이 회사는 연간 20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자산가치가 110억 달러인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승객이 앉을 자리를 맘대로 고르는 ‘자유좌석제’ 때문에 고객들이 늘 긴 줄을 서게 되자 고민에 빠졌다. 해법은 시스템 분석가 더그 로슨이 찾았다. 그는 개미 행동패턴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자유좌석제가 대체로 시간이 덜 걸린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러자 경영진은 이 제도를 유지하되 미리 좌석을 지정하게 함으로써 더 이상 장사진을 이룰 일이 없도록 했다.
특출난 리더 없이 대중의 지혜를 모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개미의 생태는 기업 등 조직의 운영에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사진은 2006년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개미제국을 찾아서’ 특별전에 전시되었던 가시개미의 집. [중앙포토]
지은이는 곤충들이 인간이 배울 만큼 훌륭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이같은 ‘대중의 지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수많은 개체가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나간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집단지능’이다. 이는 개미나 꿀벌, 새나 순록 등 무리지어 생활하는 무리들의 지혜다.
지은이는 이처럼 지도자나 지휘자 없이도 집단지능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집단을‘스마트 스웜’이라고 부른다. 인터넷을 이용한 네트워킹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소통하고 생각을 교환하면서 집단지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채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