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맞짱' 북 군인 음성변조 안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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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과 맞짱 북 군인’ 기사를 조인스에 내 보내고 나니 “왜 음성 변조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책이 전화, 댓글과 이메일을 통해 엄청 날아듭니다.

한 분은 이런 메일을 보냈습니다.

“녹취 음성 들었는데 최소한 제가 들을땐 음성변조가 안된거같네요. 만약 제 생각이 맞다면 제정신입니까??

흉기를 들고 때리거나 목졸라 죽여야만 살인이 아닙니다.지금 이짓도 충분히 살인입니다. 음성 파일을 최대한 빨리 내려서 변조를 하던가 파일은 삭제를 했으면 좋겠네요.
이 정신나간 사람아…

제발 벌써 이미 늦어저 북전사한테 피해가 가질 않았길 바란다. 이미 늦었을 수도 있지만 늦었다면 기자 당신은 진짜 살인자다.”

또 다른 메일을 소개합니다. 아주 독한 비판입니다.

"위 기사, 당신은 특종을 따냈다고 올렸겠지요.

하지만 언론에 음성변조 같이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 없이 언론에 올리면 그 뒷책임은 누가합니까?

당신 한 사람의 목숨을 책임질 수 있나요?

한국 최대 포털사이트 메인뉴스에 떴으니 북한 정보부에서 곧 확인하겠네요.

음성지문가지고 몇명 확인하면 될테니 말한 사람 잡는 거는 시간문제이겠죠.

지원금 받으려고 녹취록 팔아먹는 단체나 그걸 좋아라 하고 올리는 기자들 한심합니다.

이로써 북한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혁명을 위해 칼을 갈던 사람이 한명 죽게 되네요.
무심결에 한 행동이 한 사람의 목숨을 뺏게 되었어요."

댓글에도 충분히 그런 지적이 있습니다.

먼저 북한의 전사를 보호하고자 하는 독자 여러분의 염려와 따스한 마음에 깊이 감동했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이 녹취 내용을 기사화 하면서 왜 그런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가. 당연히 고민했습니다.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가장 먼저 신경쓰는 것이 소스의 신뢰성입니다. 그리고 그 기사가 제보자 내지 관련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북한 기사에서는 그것은 '당사자의 안전,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란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중앙SUNDAY 김정남 인터뷰를 하면서도 관련자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공개할 수 없는'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우선 소스의 신뢰성 문제부터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소스의 신뢰성은 북한 내부 관련 기사를 쓸 때 절대적 조건입니다. 이 파일을 제공한 소스는 수년 넘게 관계를 유지해왔던 인물이며 따라서 그 소스를 신뢰합니다.

다음 북 전사의 안전문제입니다. 당연히 여러차례 “괜찮겠느냐”고 확인을 했습니다. 녹취를 제공한 ‘북한인민해방전선(대표 김성민) 관계자는 “변조 않고 그대로 써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죽는 것 아니냐”고 하자 “대책이 있다”고 했습니다. 해방전선 관계자는 “이 북한 군인은 탈북을 않고 북을 뒤집어 엎겠다”는 생사의 각오를 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더 자세한 사정을 듣고 있습니다만 그 말을 하면 이젠 진짜 위험해질 수 있어 않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녹취 파일을 확보하고 한시간쯤 지난 오전 10시30분부터 해방전선은 국내외 여러 언론매체에게 동일한 녹취파일을 이메일로 전달했습니다.

그러므로 ▶파일 제공자 측에서 그대로 사용하라고 했고 ▶타 매체도 동일한 녹취 파일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음성 변조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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