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 소각 선언한 미 목사 딸 “아버지 교회는 광신도 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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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플로리다대학(UF)이 자리 잡은 교육 도시 게인즈빌. 2007년 내셔널지오그래픽 TV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고 놀기 좋은 곳’ 중 하나다. 평화로웠던 플로리다주 북부의 작은 도시 게인즈빌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곳의 복음주의 교회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가 9·11 테러 9주년을 기해 이슬람 경전 코란 200여 권을 불태우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슬람권에서는 격렬한 반대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 정부는 물론 로마 교황청, 유엔 친선대사인 여배우 앤절리나 졸리까지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교회 목사 테리 존스(58·사진)는 8일(현지시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D데이를 코앞에 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게인즈빌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존스의 수상쩍은 이력이 하나 둘 공개되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9일 "코란 소각행위로 알카에다 순교 지원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아버지 교회는 광신도 집단”=미국 미주리주 출신인 존스는 1981년부터 2008년까지 독일 쾰른의 한 교회에서 목회를 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와 관련, “존스가 동성애자와 이슬람을 공격하는 과격한 설교를 하다 쫓겨났다”고 보도했다. 또 그가 자신과 아내를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으로 묘사하며 교인들에게 돈을 요구했고,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하나님에 대한 불복종’으로 매도했다고 전했다. 존스와 전처 사이에 태어난 딸 에마도 “아버지의 교회는 광신도 집단(cult)”이라며 “그들은 정신적인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성조기 태워도 못 막아=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은 7일 주요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홀더는 이 자리에서 코란 소각 계획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난하며 “(종교 관련) 증오범죄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 정부가 존스의 코란 소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 대법원은 89년 국기 소각을 금지한 48개 주 법률 조항을 폐지하라고 결정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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