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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경쟁력 19 → 22위 … 3년 연속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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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하는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3년 내내 순위가 뒷걸음질 친 것이다.

WEF가 9일 발표한 2010년 국가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하며 평가 대상 139개 나라 가운데 2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007년 11위까지 올랐다가 2008년 13위, 2009년 19위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까지 3년째 하락했다. 올해 순위는 2006년(23위) 수준에 가깝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경쟁력 평가에서는 한국이 1년 전보다 4계단 오르며 조사 대상 58개국 가운데 역대 최고인 23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에 두 외국기관이 조사한 한국의 국가 경쟁력 평가가 서로 엇갈리면서 평가의 적정성을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WEF 평가 결과를 3대 부문별로 보면 제도와 거시경제 등 기본 요인은 23위로 지난해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노동시장과 금융시장 등과 관련된 ‘효율성 증진’(지난해 20위→올해 22위)과 ‘기업 혁신 및 성숙도’(16위→18위)는 소폭 하락했다. 12개 세부 부문별로는 거시경제(11위→6위), 노동시장 효율성(84위→78위), 고등교육·훈련(16위→15위), 보건·초등교육(27위→21위) 등의 순위가 올랐다.

반면 금융시장 성숙도가 58위에서 83위로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고, 제도적 요인(53위→62위), 인프라(17위→18위), 기업활동 성숙도(21위→24위) 등도 소폭 하락했다.

설문 80개를 포함한 111개 평가지표 중 ▶정책결정의 투명성(100위→111위) ▶정부규제 부담(98위→108위) ▶정치인에 대한 신뢰(67위→105위) ▶소수주주 이익 보호(73위→102위) 등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또 기업이사회 효율성(57위→98위)과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65위→84위) 등도 나쁜 평가를 받았다.

금융시장의 성숙도 부문에서는 대출 용이성(80위→118위)이 38계단이나 떨어진 것을 비롯해 자본이동 규제(78위→94위), 은행 건전성(90위→99위) 등도 하락했다. 기획재정부 하성 미래전략정책관은 “설문조사 기간인 5월에는 남유럽의 재정 위기가 부각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했다”며 “이런 점이 설문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거시경제 쪽에서는 재정수지(28위→17위) 등은 상승한 반면 정부 부채(42위→58위), 인플레이션(34위→68위)은 하락했다. 신규 지표인 국가신용도는 37위에 올랐다.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에선 특히 점수가 나빴다. ‘노사 협력’이 131위에서 138위로 하락하면서 베네수엘라를 빼고는 가장 낮았다. 고용·해고 관행(108위→115위), 해고비용(109위→114위) 순위도 하락하면서 9개 지표 중 3개가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고용 경직성도 지난해보다 두 계단 올랐지만 여전히 90위에 그쳤다.

무역장벽 정도(75위→111위), 농업정책 비용(96위→117위), 시장 독점 정도(65위→112위) 등도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반면 고등교육 취학률은 올해도 1위를 지켰다.

국가별로는 스위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지켰다. 미국은 2008년 1위에서 지난해 2위로 떨어졌고, 올해는 4위로 밀려났다. 스웨덴이 2위로 올라섰고 싱가포르는 3위 자리를 지켰다. 일본은 8위에서 6위로 높아졌다. 브릭스(BRICs) 중에서는 중국이 지난해 29위에서 올해 27위로 상승했지만, 인도(49위→51위)와 브라질(56위→58위)은 2계단씩 하락했고 러시아는 63위를 유지했다.

한편 이번 평가는 3대 부문, 12개 세부 부문, 111개 지표에 걸쳐 이뤄졌다. 지표 가운데 80개는 설문으로, 31개는 통계로 평가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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