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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효(三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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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중국의 전국(戰國)시대 제(齊)나라에 전직자(田稷子)란 재상(宰相)이 있었다. 3년간의 임기를 마친 그는 황금 2000냥을 수레에 싣고 고향에 돌아왔다. 황금을 본 어머니가 깜짝 놀라 물었다. “이 많은 황금을 어떻게 얻었느냐?” “제 봉급입니다.” 전직자가 대답했다. 모친이 다시 물었다. “너는 겨우 3년 동안 재상 노릇을 했다. 설마 밥조차 먹지 않고 돈을 모았느냐?” 어머니의 다그침에 전직자는 솔직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 돈은 어떤 관원이 제게 준 돈입니다.” 어머니는 크게 화를 냈다. “네가 이렇게 공사(公事)를 처리하다니. 무릇 관직에 오른 자는 직책에 충실하고, 청렴(淸廉)공정(公正)해야 비로소 백성들에게 믿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네가 한 짓은 무엇이란 말이냐!” 어머니의 다그침에 비로소 잘못을 깨우친 전직자는 제나라 선왕(宣王)에게 돌아가 죄를 청하고 황금을 조정에 반납했다. 전직자의 고백에 왕은 모친의 현량함과 스스로 깨우침을 높이 평가한 뒤, 그를 사면하고 재상직을 계속 맡겼다.

한(漢)나라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직자의 모친은 벼랑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챈다는 현애륵마(懸崖勒馬)의 가르침과 자식에 대한 진정한 어버이의 사랑을 보여줬다.

무릇 효도에는 ‘작은 효(小孝)’와 ‘큰 효(大孝)’가 있다. 증자(曾子)는 『예기(禮記)』에서 “효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큰 효는 부모를 귀하게 하는 것(尊親)이고, 그 다음은 욕되게 하지 않는 것(不辱)이며, 그 다음이 잘 봉양(能養)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효의 시작이며 작은 효다. 밖에서 일을 처리함에 부모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는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간 효도다. 만일 뛰어난 행적으로 부모를 빛나게 하고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한다면 이보다 더 큰 효도가 없다.

외교부 장관이 최근 딸의 특채 문제로 낙마했다. 내 자식만을 챙기는 부모도 문제지만 부모 덕만 바라는 일부 있는 집 자식들의 태도는 더 큰 문제다. 결국 부모의 얼굴에 먹칠을 했으니 큰 불효를 저지른 셈이다. 증자의 삼효(三孝)를 익혔다면 부친의 38년 외교관 생활이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