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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사정위 참여 놓고 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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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 참여를 결정하면 1999년 2월 이후 6년 만에 다시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는 것이다.

▶ 1일 오후 영등포 구민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복귀'를 둘러싸고 조합원들끼리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김성룡 기자]

노사정위는 노동계.사용자.정부 등 3자가 모여 노동문제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기구다.

98년 출범한 노사정위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합의체로 만들어졌다. 그해 2월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협약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90개 항의 실천방안을 담은 것이었다.

민주노총은 이 중 정리해고제 및 파견근로제 도입 추진을 문제삼아 협약 체결을 거부하려 했지만 악화한 국민 여론에 굴복해 협약에 참여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당시 합의 과정이 험난했지만 이 협약은 국난을 이기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한 합의는 일단 성공하면 강력한 힘이 실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사정위는 99년 2월 민주노총이 정부의 일방적인 금융 및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을 품고 탈퇴해 버린 것을 계기로 삐걱대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탈퇴 이후 금융기관과 중소기업 노조 중심의 한국노총만 참여하는 반쪽 자리 협의체로 전락한 것이다.

한국노총이 노동계를 대표하며 지난해 2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협약'을 맺는 등 여러 가지 합의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주요 대기업 노조를 산하 단체로 거느린 민주노총이 빠져 협약 실천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화 참여를 '들러리'라고 격하해 온 민주노총은 지난해 1월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건 이수호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종전의 강경한 태도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내부 강경파들의 반대로 노사정 대화 복귀 선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두 차례 참여했다. 그러나 정부가 LG칼텍스정유와 지하철 파업에 직권중재를 한 것을 계기로 다시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달 20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도 지도부는 노사정 대화 복귀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세력의 조직적인 방해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민주노총이 다시 참여하더라도 노사정위는 당분간 순탄한 행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사정위의 기구.조직 등 현 체제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기본 정책방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6년 만에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노사갈등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내부 반대세력의 조직적인 방해로 노사정위 복귀가 끝내 무산될 경우 올해 노사정 관계는 지금보다 더 악화할 전망이다.

비정규직 법안, 노사관계 로드맵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민주노총 내 강경파는 파업 투쟁으로 맞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노사정 복귀에 실패할 경우 대화 참여를 추진해온 이수호 위원장 등 현 지도부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강경파와 온건파로 조직이 분열될 가능성마저 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노사정위 탈퇴 기록

▶1기 노사정위원회(1998년 1월 15일~6월 2일)

-98년 2월 10일~6월 2일:민주노총 불참(노사정 대타협 백지화를 선언하고 총파업 돌입)

▶2기 노사정위원회(98년 6월 3일~99년 8월 31일)

-98년 7월 10~23일:양대 노총 노사정위 불참(정부의 공공.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

-99년 2월 24일:민주노총 탈퇴(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강행 등에 반대)

-99년 4월 9일~8월 31일:한국노총 조건부 탈퇴(공공.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

-99년 4월 16일~8월 31일:경총 탈퇴(전임자 급여 금지 규정 개정을 전제로 하는 노정 합의 추진에 반대)

▶3기 노사정위원회(99년 9월 1일~현재)

-99년 11월 15일~2000년 3월 28일:한국노총 활동 중단(한전 분할 매각 문제에 대한 불만)

-2000년 11월 11일~12월 12일:한국노총 활동 중단(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 반발)

-2001년 3월 19일~6월 13일: 공공특위에서 한국노총 철수(정부 측이 공기업 민영화 문제점에 대한 논의를 기피하는 데 반발)

-2004년 9월 13일: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위에 한국노총 불참(비정규직 법안 철폐를 위한 공동 투쟁 명분)

자료:노사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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