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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북 경제제재 사실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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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이 다음달부터 북한 선박의 입항을 까다롭게 해 사실상 대북 경제제재에 나선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선박유탁(油濁)손해배상보장법을 개정, 국내에 입항하는 100t 이상의 선박에 대해 선주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북한의 보험가입률은 2.8%(2002년 말)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의 대일 수출 1, 2위 품목인 모시조개와 대게는 사실상 대일 수출의 길이 막히게 된다.

지난해 북한의 대일 수출액 176억4000만엔 가운데 모시조개는 22%인 39억5000만엔(약 4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일본의 모시조개 전체 수입량의 60%다. 대게도 북한의 대일 수출품목 중 7.3%로 비중이 둘째로 크다. 두 품목은 100t 이상의 북한 선박을 통해 직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선박은 현실적으로 선주책임보험에 가입하기 힘든 상황이다. 100t 선박의 최저보험금만 해도 1억670만엔으로 보험회사들이 북한의 가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또 연간 보험료도 한 척당 최고 1000만엔에 이른다. 일 외무성 관계자는 "엄격하게 법 적용을 하면 거의 모든 북한 선박이 걸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다른 품목들은 100t 이하 선박이나 제3국 선박을 통해 수출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선주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는 좌초된 선박 철거비용이나 항만설비.해산물에 대한 손해배상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북한을 겨냥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일 "무역정지라는 강경한 경제제재를 굳이 사용하지 않고서도 북한 선박의 입항을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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