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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파’ 보즈워스 다시 움직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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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국무부의 스티븐 보즈워스(사진)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활동을 재개한다. 보즈워스는 12일부터 한국·일본·중국을 잇따라 방문한다. 그가 미국의 대북 대화와 접촉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천안함 사건 이후 조성된 한반도 상황의 국면 전환 가능성이 주목된다.

보즈워스 대표가 동북아를 방문하는 것은 2월 말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오바마 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보즈워스 대표는 당시 6자회담 재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관련국을 순방했다. 이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화 국면이 긴장 국면으로 바뀜에 따라 보즈워스 대표의 활동 공간이 축소됐다. 대신 로버트 아인혼 대북제재 조정관 등 대북 압박을 책임지는 인사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당시 보즈워스 대표의 활동을 묻는 질문에 “국면에 따라 주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며 “적절한 시점이 되면 보즈워스 대표의 움직임이 생길 것”이라고 말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미 국무부를 중심으로 북한과의 협상 또는 대화(engagement)가 오랫동안 단절돼 있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는 점도 보즈워스의 활동 재개와 연관 지을 수 있는 대목이다.

보즈워스 대표의 이번 순방에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이 먼저 취해야 할 ‘태도 변화’의 구체적 조치들에 대한 협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천안함 사건의 여파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중국이 북한과 한·미 양측 모두에게 강력하게 6자회담 재개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6자회담이 열릴 수 있는 환경 만들기를 놓고 구체적인 세부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한국·일본과의 입장 조율을 통해 6자회담 재개의 선결 조건을 확정한 뒤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은 중국 측과 협상을 벌이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억류 대승호 송환과 한국의 대북 쌀 지원 검토 등 남북 간에 진행되는 변화 기류가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가 없는 한 획기적인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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