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역대 한가위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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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영화 ‘취권’

‘취권’으로 ‘겨울 여자’에 ‘접속’했던 그리운 추석

21세기 최고의 연휴가 이어질 2010년 추석 영화 시즌이 시작됐다. 한국영화계의 전통적인 흥행 기간인 한가위. 역대 추석 영화 중 가장 큰 신드롬을 일으켰던 7편의 영화를 선정했다. 자료 관계상 1970년대 이후 영화에 한정된 점, 양해하시길.

7 ‘접속’

90년대에 가장 흥행에 성공한 추석 시즌 한국영화는 97년 개봉된 ‘접속’이었다. 전국 극장가에 ‘A Lover’s Concerto’가 울려 퍼지게 했던 이 영화는, 서울에서만 7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그렇다면 90년대 추석 극장가의 최고 흥행 외화는? 99년에 개봉됐던 ‘식스 센스’로 서울에서 80만 명을 동원했다.

6 ‘어우동’

80년대 최고의 흥행 추석 영화는 85년 개봉돼 서울에서 50만 명을 동원한 ‘어우동’이었다. 에로티시즘이 창궐했던 80년대로선 당연한 결과? 그렇다면 88년 추석 시즌에 ‘매춘’이 일으킨 신드롬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편 80년대에 가장 흥행한 추석 외화는? ‘어우동’보다 2만 명 적은 ‘다이 하드’였다.

5 ‘벤허’

62년 개봉돼 7개월 동안 장기 상영됐던 ‘벤허’. 10주년을 맞이해 72년 추석에 재개봉돼 서울에서만 47만 명에 달하는 관객이 관람했다. 거의 40년 전 기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스코어. 대한극장의 그 70㎜ 화면을 잊지 못하는 올드 팬들, 상당수 계실 듯하다.

4 ‘가문’ 시리즈

2002년 ‘가문의 영광’, 2005년 ‘가문의 위기’, 2006년 ‘가문의 부활’. 세 편의 ‘가문’ 시리즈가 동원한 관객 수는 서울에서만 400만 명에 가까우니, 전국으로 환산하면 10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갈수록 흥행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21세기 추석 영화계 최고의 프랜차이즈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3 ‘공동경비구역 JSA’

남북 정상회담으로 들끓었던 2000년 여름, 그 열기는 추석 극장가에 ‘공동경비구역 JSA’로 이어졌다. ‘민족의 대명절’을 맞이한 한국인들은, 이 영화의 감동과 웃음과 슬픔을 통해 가슴 한 구석이 저릿해져 오는 걸 느꼈다. 서울 관객 245만 명. 절대 비교한 관객 수로는 역대 추석 영화 중 1위다.

2 ‘겨울 여자’

77년 추석 시즌에 개봉된 이 영화는 다음 해 설 시즌을 넘겨 3월까지 상영됐고, 서울에서만 5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00일 넘게 전회 매진이었으니 그 신드롬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수준. 이 영화로 장미희는 당대 최고의 스타가 됐다.

1 ‘취권’

추석은 성룡과 함께! 이 법칙은 79년 개봉된 ‘취권’에서 시작한다. 다음 해 설까지 이어진 이 영화는, 웃음과 감동과 액션이라는 추석 영화의 3대 법칙을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 이후 성룡의 시대가 시작됐고, 설과 추석엔 항상 성룡 영화가 극장가와 브라운관을 채우게 된다. 요즘은 조금 휘청거리시는 것 같아 안타까운 성룡 형님의 화려한 귀환을 보름달을 보며 기원해본다.

영화 칼럼니스트 mycutebi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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